천개의꿈 성인지감수성 강의후기

210405_강의후기

by Nut Cra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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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강사가 되기 위해, 한 500명 쯤은 말아먹을 각오를 해야한다.”


한창 강사양성과정 수업을 듣던 중, 존경하는 선생님에게서 들은 말이다. (분명 저것보다 더 정제되고 멋진 말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짧아서 조금 각색됐다.) 대충 좋은 강사가 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말로 기억한다. 벌벌 떨던 쫄보 삐약이 강사 준비생은 ‘내가 그렇게까지 사람들에게 폐끼쳐가며 강사를 해도 괜찮을까?’, ‘500명으로 안 끝나면 어떡하지…?’와 같은 고민을 하며 진로를 상당히 잘못 든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하곤 했다.


어제 진행한 천개의꿈 매니저 대상 성인지감수성 강의는 앞서 그런 고민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교육활동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교육 참여자는 너무나 찰떡으로 내용을 받아들이고 참여형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었다. 온라인이라 대부분 줌의 주석작성 기능을 활용했는데, PT화면이 안 보일 정도로 내용을 채워줘서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늘 시간이 아쉬웠으나 이번에는 4시간으로 시간도 넉넉해서 그만큼 설명과 사례도 충분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참여자와 소통도 더 원활했다. 온라인의 장점을 활용하여 전체 참여자가 익명으로 작성하고 참여자 2~3명이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을 골라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안전하게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들어볼 수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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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부분은 경험과 고민을 나누고 강의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시간에 쫓겨 제대로 못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찬찬히 톺아볼 수 있었다. 모든 질문과 고민을 내가 다 속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을 리 없는만큼 조별로 진행된다면 더욱 좋았을텐데 이때는 또 온라인이 아쉽다.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 했다. 오래 남기기 파트에서는 정말 다들 논술 좀 배운 분들인지, 교육의 핵심 요점을 잘 짚어내서 이야기 해줬다. 힘들 때 보면서 두고두고 위로 받아야지.


보궐선거라는 예정된 비극을 앞두고, 주변에 낙담이 잦다.

멀리안가 나부터 초상이다. 아지트가 있는 서울혁신파크는 한 선생님 말마따나 전리품처럼 다루어질 가능성이 다분하고 청년활동도, 성평등 활동도 먹구름이 드리우지 싶다. 많은 것이 착실하게 망해가는 와중에도 비극에 질식하지 않을 수 있는 건 이런 교육 경험에서 쌓인 믿음 덕분이다.


한때 뉴딜 일자리로 일 경험을 시작했던 내가, 지금 또 다른 뉴딜 일자리 참여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앞서 조지기도 했을테고 말아먹기도 했을테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견뎌 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도 교육을 받고 이제 또 교육을 한다. 찰나의 순간에 매달려 사느라 느끼기 힘들지만, 그래도 매번 지금 모든 순간순간이 이름 모를 어떤 이의 활동에 빚지고 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프레임 사이로 구멍이 숭숭 나 있어도 괜찮다. 켜켜이 쌓인 장면들이 숨을 불어넣을 것을 믿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장면 한장면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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