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원하는 리더
내가 경험한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5년차 때 만난 팀장님으로, 3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내가 먼저 연락을 드리곤 한다. 이 때 팀원인 나를 믿고 크고 작은 일들을 많이 위임해 주신 덕분에, 업무 역량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늘 감사함을 가지고 있다. 그 때를 돌이켜보면, 주니어였던 내가 팀장님께 업무/리더십 관련 피드백 뿐만 아니라 (지금 생각해보면 참 사소했던건데) 감정적으로 서운했던 것들까지 모두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철 없던 5년차 대리 시절 이야기라 부끄럽지만 한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보겠다. 5년차였지만 나는 팀에서 막내였고 내 위에 과/차장 선배들이 있었다. 일의 경중을 따질 순 없지만, 아무래도 연차가 높은 선배들이 나보다 더 크고 중요한 일들을 담당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때, 경영진이 선배들이 맡은 업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계셨을 때라 팀장님 역시 선배들의 업무에 더 신경쓰며 선배들과 자주 회의를 가지곤 했다. 홀로 팀에 남겨질 때가 종종 있었고, 내 업무 관련 기획안을 팀장님께 메일로 보내도 빠르게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 원래 항상 빠르게 피드백을 주시며 업무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업무를 진행했던터라 더욱 서운함을 느꼈다. 특히 서운함이 폭발했던 사건이 있었다. 일주일 정도 팀장님과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기간 동안, 나는 팀장님께 여러 기획안을 메일로 보냈지만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팀장님이 바쁘셔서 메일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했기에, 혼자 꾹꾹 참다가 금요일 퇴근할 때쯤 팀장님 자리로 다가가 용기를 내 말했다.
필자: 팀장님. 제가 메일을 4개 정도 보냈는데,, 아직 피드백을 받지 못해서요,, 그 ㅇㅇㅇ건 때문에 바쁘신 것 같아서… 일주일 기다리다가 저도 빨리 피드백을 받아야 수정도 하고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 말씀드려요! 언제쯤 제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까요?
팀장: (뾰로통한 표정과 함께) 아..그래요? 제가 너무 바빠서…. 일단 이게 좀 더 급해서.. 대리님 일은 급한 건 아니니까 끝나고 봐도 되지 않아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 일이 선배들 일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는 것처럼 들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당시엔 팀장님의 말에 상처를 받고 퇴근길에 눈물까지 흘렸다. 주말 내내 이 일을 생각하며 월요일엔 꼭 팀장님께 1on1 미팅을 요청해 내 감정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주말동안 팀장님께 말씀드릴 내용들을 모두 정리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팀장님께 바로 메신저로 연락 드렸다.
다음은 1on1 미팅 내용이다.
필자: 팀장님, 요즘 바쁘시죠… 그 ㅇㅇㅇ 건은 잘 해결되고 있나요? 그 건 때문에 너무 바쁘신 것 같아서 제가 진행하고 있는 업무들 관련해서 최근에 팀장님과 대화를 많이 못한 것 같아서 팀장님이랑 대화하고 싶어서 1on1 미팅 요청 드렸어요.
팀장: 아. 네… 요즘 그 ㅇㅇㅇ건 관련해서 CSO님이 계속 찾으셔서 제가 대리님이랑 대화 나눌 시간이 많이 없었네요. 죄송해요. 제가 다 잘 챙겨야 하는데, 저도 부족한 팀장이라… 대리님이 보내주신 메일들은 일단 주말에 다 확인을 했는데 몇 가지 피드백 드릴 사항들이 있어서 바쁜 일 끝나면 정리해서 직접 말씀드리려고 바로 피드백을 드리진 못했어요. 기다리고 계셨죠…
필자: 아 네.. 사실 팀장님이 그 건 때문에 바쁘신 거 알아서 저도 메일만 드리고 팀장님 피드백 기다리고 있긴 했지만 당장 급한 일은 아니어서 바로 피드백 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제가 팀장님께 1on1 미팅을 요청 드린 이유는, 지난주 금요일에 팀장님이 저한테 하신 말 때문에 엄청 서운했어요. (눈물이 이때부터 주르륵 나기 시작했다…)
팀장: 앗..서운하셨다구요? 헉..왜 울어요 대리님……..(화들짝 놀란 팀장님)
혹시 제가 대리님 마음을 상하게 했을까요? 뭐 때문인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상황을 충분히
말씀드리고 사과 드릴게요.
필자: 저는 팀장님이 바쁘신 거 다 이해하고 일단 긴급한 일 먼저 처리해야 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다만 저는 한 주가 끝나기 전에, 팀장님께 제가 메일 보냈다는 것을 팀장님께 remind 드리고 싶어서 메일을 한번 챙겨봐 달라는 의미로 말씀드렸는데, 그 때 팀장님께서 제게 한 말이 마치 제 일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것처럼 느껴져서 너무 서운했어요..
팀장: 앗. 대리님. 그 땐 제가 너무 정신없고 바빠서 너무 대리님 생각과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말한 것 같은데 죄송해요. 대리님 말을 다시 들어보니 대리님이 충분히 서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절대 제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 아시죠? 대리님이 맡은 일은 회사 미션 달성을 위해 (~~한 측면에서) 기여하고 있고, 그 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 일 관련해서 우리 수시로 대화 나누고 있잖아요. 그리고 대리님이 워낙 주도적으로 잘해주고 계시기 때문에 오히려 믿고 완전위임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어서 대리님이 서운한 감정을 느끼고 계실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근데 대리님 말을 들어보니… 우리 팀의 소중한 막내인데 제가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 막내를.. !!! 제가 혼나야겠네요!!
필자: (팀장님이 나의 서운한 마음을 이해해 주시니까 오히려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에 더 눈물이 났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팀장님..ㅠㅠ 그러니깐요! 팀장님! ㅠㅠ 너무 바쁘셔서 바로 피드백을 못주시는 상황이라면, 팀장님이 바쁘신건 저도 알고 있지만 메신저로라도 ‘메일 확인했고, 피드백 드릴 사항이 몇 가지 있어서 바쁜 일 끝내고 미팅하자’고 간단히만 말씀 주셨어도 덜 서운했을 것 같아요!
팀장: 알겠어요, 대리님. 저도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그렇게 말해주는게 더 좋을 것 같네요. 저는 어차피 같은 팀이니까 말하지 않아도 괜찮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저도 아직 부족한 팀장이라 이렇게 말해주면 저도 개선할 수 있으니 오히려 대리님께 고마워요.
필자: 아니에요. 팀장님. 항상 이렇게 솔직하게 말씀드릴 때마다 저를 이해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개선하겠다고 말씀주셔서 제가 더 감사해요. 혹시나 제가 고칠 부분이 있으면, 팀장님도 항상 제게 솔직하게 말씀주세요. 저도 여전히 고쳐나가고 배워야 하는 주니어니깐요!
이렇게 1on1 미팅을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이 에피소드는 정말 사소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지만, 팀원으로서 팀장님께 극강의 솔직함으로 피드백 드린 사례라고 생각해 공유한다. 이런 ‘감정’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업무 관련해서도 팀장님께 항상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고, 내 의견이 관철될 때도 있었지만 때로는 함께 치열하게 논의해보니 내 생각보단 팀장님의 의견이 더 적절한 것 같아 내 의견의 부족함을 인정한 적도 물론 많았다. 이 당시 팀장님은 나뿐만 아니라 팀 내 선배들도 솔직하게 피드백을 드릴 수 있었던 분이었고, 팀원들 모두 팀장님에 대한 높은 팔로워십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정도였냐면 그 당시 팀장님을 초고속 실장 승진을 시켜드리기 위해 팀원인 우리가 더 일을 열심히 하자며 점심시간마다 우리가 더 일을 잘해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까지 할 정도였다. 이렇다보니 팀 성과까지 좋아서 그 당시 팀장님이 최연소 나이로 회사에서 임원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선배들과 팀장님의 강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나눈적이 있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탁월한 업무역량 외 다음 3가지가 있다.
첫째, 팀원들의 피드백을 기꺼이 이해하고 수용한다.
둘째, 팀원들의 크고 작은 피드백을 고마워한다.
셋째, 스스로 판단했을 때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라면, 당장 개선을 위한 행동을 취한다.
넷째, 부족함을 인정하고 피드백을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