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선택을 받아들여 볼게

05. 열어보지 못한 방에 대한 미련은 남기지 말아야지

by ATHA

"너는 왜 군인이 되고 싶은 건데? 힘들 텐데..."

"힘들 것 같기는 한데,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해보고 싶어요."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의 결과가 나타나는 과정이라고 했다. 나는 어쩌면 딸의 인생에 나의 인생을 투영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지 못했던 일들을 딸을 통해서 해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힘들었었다고 딸도 힘들 것이라고 단정 지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딸은 이미 독립된 인격체로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는데 엄마라는 직함을 가진 나는 아직도 딸을 자궁 속에 품고 있고 싶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엄마가 고민을 좀 해 봤는데 그냥 한번 해 봐. 그때의 엄마보다는 지금의 네가 더 현명하니까 잘 판단할 수 있을 거야."


딸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부모가 자기가 하겠다는 것에 반대의 말을 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극심한 반대를 하고 나서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사실 일하느라 신경을 많이 못써주는 것이 미안해서 딸이 하겠다는 일에 대해서 반대를 해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제일 어려웠던 부탁은 영어수학 학원 대신 태권도와 기타를 배우겠다고 했던 것이었다. 중학교 입학 후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업에 집중하기 시작할 그 시기였다.


전학 다니고 적응하느라 지쳤는지 갑자기 태권도 학원을 다니겠다고 했을 때 당황했지만 그러라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태권도를 시작해서 5살, 6살 동료들과 어울려 하얀 띠를 매고 '얍얍' 열심히 배우고 2단까지 단증을 따면서 마냥 즐거워하는 딸이 참 귀엽기도 했지만 내심 공부가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태권도와 기타 덕분에 사춘기를 훌쩍 넘겨버린 것 같기도 하다.


사춘기도 없이 대학까지 무난히 입학한 아이가 군대를 가겠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라서 몇 달을 냉 전하고

설전을 벌이며 싸워봤지만 결국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지극히 평범한 부모의 마음 때문에 본질을 잊고 있었다. 지난 시절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했던 그 수많은 갈림길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 있는데 그걸 뻔히 알면서 딸에게 똑같은 미련의 씨앗을 심어주려고 하고 있는 셈이었다.


열어보지 못한 방문에 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아야 하겠지만 방 속의 공기와 풍경이 네가 원하는 것이 아닌데 그 문을 열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 너와 맞지도 않는 방 속에 계속 머무르는 실수는 절대로 저지르면 안 된다. 그 방에서 더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그때는 미련 없이 나와라. 마지막 잔소리를 아낌없이 쏟아부어 주었다.


"엄마! 고마워요. 엄마 마음 잘 알겠고요. 나도 잘 준비하고 대학생활도 열심히 할게요."


딸이 활짝 웃는다. 오랜만에 웃는 모습으로 마주앉아 있다. 몇 달동안의 갈등의 시간이 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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