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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Apr 19. 2023

해운대

기억저편 나만의 해운대

부산은 곧 해운대로 아는 서울 지방 사람들


이번주에 고향 간다.


고향이 어딘데?


부산.


그럼 해운대 가는 거야? 좋겠다.


해운대가 곧 부산이란 건 선입견이야.

부산이 엄청 길고 크거든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고.




부산은 곧 해운대라 생각하는 서울지방 사람들의 아주 보통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하긴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서울 강남, 종로 이런 것과 똑같다.


중고대학까지 딱 10년을 부산에서 살았다. 학창 시절의 시간은 고작 10년인데 이토록 오래 마음에 남아있다. 

산에 산 시간보다 떠나온 시간이 훨씬 길어지고 있지만 부모님이 살고 계시고 나를 만든 시간과 사랑하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기에 그곳  고향이라 부른다.


마음 허전한 실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순간이 찾아오면 마음이 닿게 되는 곳 하지만 내 일상을 두고 싶지는 않은 곳이다. 내가 만든 것보다 만들어진 그리고 원하지 않았지만 주어진 그곳에서의 삶이 그저 행복한 기억으로만 남아있지 않아서 일 것 같다.


고향이란 그런 곳인가 보다.




해운대

내 기억 속의 그곳과 너무 많이 달라져서 갈 때마다 놀라게 되는 곳 중 하나이다. 사실은 부산의 중심과 많이 떨어져 있어서 부산사람들도 큰맘 먹고 가야 하는 곳이다. 부산 어딘가에서는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면서  2시간 넘게 이동해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에서 용인에버랜드 가는 것보다 훨씬 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 타는 시간이 2시간 30분이니 엄청 먼 거리다.


그래도 부산이 고향인 나는 매년 한 번은 해운대를 가게 된다.

바다는 변함없지만 다른 것들은 무섭게 달라진다. 엘시티도 이제 그 위용이 사라질 만큼 많은 빌딩들이 들어서 해안가에 있는 낮은 빌딩들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특히 동백섬 주변은 더 화려해졌다.


너무 아쉽다...

바위 테이블에 작은 앉은뱅이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산 낙지와 멍게를 안주 삼고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와 난전 아주머니들의 호객소리. 흥정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깔고
높은 파도가 바위를 때리고 튀어올라 뺨을 때리는 걸
재미 삼아 물이 튀어 옷을 적시는 걸 피해 가며
소주 한잔 마시던 그곳 동백섬
그곳엔 누리마루가 들어섰다.

데이트한다고 한껏 멋을 부리고 구두를 신은 여자친구가 구두 신고 바윗길 걷다가 넘어질까 걱정된다는 아주 좋은 핑계로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혀 걸었던 손을 꼭 잡고 걸었던 길은 인공계단이 깔리고 우레탄 도로가 생겨서 10센티 구두를 신고도 뛰어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해운대는 음... 제주도 신혼여행이 유행하기 전 꽤 괜찮은 신혼여행지로 아프신 어른들의 온천욕 장소로

유명했던 것 같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그렇다.

음...(젊은 바다는 광안리!!)

전국 어디나 있는 000길도 있다. 해리단길...

조명이 화려한 중심로 길도 잘 단장되어 있다.

뭐가 어찌 바뀌든 나에게 해운대는 처음 맛본 산 낙지와 소주 그리고 뺨을 때리는 파도로 기억될 것이다.

파도는 변하지 않아서 좋다.

모래에 발을 깊숙이 박아 내리고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저물어가는 오늘의 이 밤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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