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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Jun 27. 2023

세월호를 마주하다

기나긴 고통의 끝. 남은 흔적은 갈 곳이 없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전체 탑승자 476명)이 사망·실종된 대형 참사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2014년 10월 세월호의 침몰 원인에 대해 ▷화물 과적, 고박 불량 ▷무리한 선체 증축 ▷조타수의 운전 미숙 등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2017년 3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특별법'이 합의되면서 세월호 선조위가 출범했고, 이에 세월호 인양과 미수습자 수습·수색 등이 이뤄졌다.

세월호 라고 검색어를 입력하자 네이버 지식백과는 4.16 참사라고 안내하고 위와 같은 글을 보여준다. 일반 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상황들은 사건이라고 불리지만 세월호 사건은 참사라고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사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뜻밖의 일

참사: 비참하고 끔찍한 일


처음에 뉴스에서 보도를 접했을 때 학부모로서 너무 가슴이 아팠고 진심으로 애도했고, 내 아이가 저곳에 있었다면 나는 지금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 넘어져 까진 작은 상처 하나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데 즐거운 여행길에 겪게 된 상황은 살아남은 친구들에게는 얼마나 단단한 굳은살을 만들 것이며, 남은 부모와 가족들에게는 또 얼마나 단단한 상처를 만들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점점 사건의 본질들이 다른 것들에 가리어지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어떠한 표현도 하지 않았다. 나는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가르쳐 왔다. 우리는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가질 수 있겠지만 표현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이다.


그 일이 점점 다른 것들에 가리어지고 이슈의 핵심이 옮아갈 때, 나의 친한 친구는 노란 리본을 가방에 매고 주말마다 행진을 했다. 나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표현은 안타깝다였다.


9년이 지나고 아주 우연한 기회에 세월호를 마주하게 되었다. 무엇을 위해 거기 서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대답하지 않는 선체를 보며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곳곳에 구조를 위해 잘라진 선체가 보이고 오랜 시간 기울어져 있었던 탓에 한쪽은 부식되어 완전히 색이 바래진 그 한 많은 선체는 꼿꼿이 세워진 채로 드넓은 항구 한쪽을 메우고 있었다.


안타깝다. 모든 것들이.. 지금도 이 말 밖에 내뱉지 못하지만 감히 입 밖으로 꺼내어 본다.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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