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서울을 거쳐 춘천까지
나의 고향은 부산이다. 어릴 적에 잠시 대구에서 살았던 적도 있지만 초중고, 대학교시절까지도 부산에서 보냈다. 중고등학교 때 놀던 곳이 내가 다닌 대학교 앞 먹자골목이었다. 그래서 좋은 점들도 있었지만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만 바뀌고 장소, 공간이 그대로여서 그런지 나의 성장은 남들보다 조금 더뎠던 것 같다. 대학교 때 나의 전공은 역사학이었다. 역사교육과와 사학과 중에서 고민하였었는데 고등학교 국사 선생님의 조언으로 사학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은 춤을 춘다. 또한 강원도 춘천시에 살고 있다. 역사교육과와 사학과 중에 고르려던 고민과 뒤늦게 무용을 하기로 결정하는 고민, 지역살이를 선택하기 위한 고민은 전혀 다른 듯 하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느낌이 왔었고 그 느낌에 따라 결정했을 뿐이다. 수습과 이해는 그 뒤에 따라온다. 그렇게 수습하다 보니 어느새 7년이 되었다.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그래서 좀 더 늦기전에 나의 춘천살이,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춘천에서 춤추며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들을 기록해보고 싶어졌다. 느낌에 따라 말이다.
2004년 4월 군입대를 하였다. 제대한 친구가 나와 함께 강원도 춘천까지 와 주었다. 군대를 꽤 늦게 간 편이었던 나는 처음으로 강원도 춘천에 오게 되었다. 지금은 사라진 102보충대였다. 보충대였기 때문에 짧게 편성이 끝나면 바로 훈련소로 이동하는 시스템 이었다. 머문 시간은 2-3일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인제에 있는 12사단으로 훈련소가 결정되었기 때문에 보충대에 있었던 그 2-3일이 나에게는 춘천에 대한 모든 경험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이 곳으로 2019년에 이사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2019년 2월 춘천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지금 햇수로 7년째 살아가고 있다. 중간에 많은 과정이 생략되었지만 부산에서 대학교 졸업을 하고 서울로 올라가서 노무사라는 시험을 잠시 준비했었다. 어쩌면 처음으로 혼자만 있게 되었고(그래도 알바하면서 알게 된 형들, 서울에 와 있던 지인들은 있었다) 여러 생각들, 멍 때리는 시간들을 많이 보냈었다. 그러다 중간에 여러 과정을 거쳐 현대무용을 시작하게 되었다. 시작했다기 보다는 배워보고 경험한 시간들이었고 떠올려보면 무척 단순하고 압축적인 시간을 보냈었다. 언젠가 그 압축된 시간을 조금 펼쳐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마치 군대시절이 하나의 큰 덩어리로 인식되듯 무용을 처음 배우고 보냈던 몇 년의 시간들이 하나의 큰 항아리로 남겨져 있다. 그 항아리가 내 안에 있기 때문에 지금 춤을 출 수 있는 듯 하다.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많은 사람들의 도움, 빚이라고 여겨지는 부분들이 있고 그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려고 노력중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중간 중간 새어 나가 다른 곳도 들르게 되겠지만 앞으로의 글들에서는 차근차근히 징검다리를 건너듯 춘천춤살이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계속해서 흘러가는 시간들, 강물처럼 잡고 싶지만 흘러가는 순간들 중에서 강물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혹은 수면위로 떠오르는 파편들을 조심스레 건져보고 싶다. 다양한 몸들이 있고 그래서 다양한 춤이 있듯이 조금은 색다른 나만의 이야기를 나의 몸에 남겨져 있는 역사들을 꺼내보는 무대를 마련하였다. 그렇게 재밌지는 않겠지만 사소하지만 소소한 즐거움으로 여겨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