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폭풍이 지나가고
폭풍이 지나가고
이상기후변화와 코로나 팬데믹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댄 야카리노의 그림책.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폭풍 때문에 가족들은 집안에서 지내야만 한다.
폭풍처럼 예기치 않은 위기가 닥쳐왔을 때, 어려운 상황이 오래 지속될 때, 문제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 가족은 서로에게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우리 집의 분위기는 어떻게 변할까요?」라고 소개하는 폭풍이 지나가고 그림책.
최고의 어린이 책이라는 타이틀을 6개나 받았다. 멋지다!!!
환경적 요인의 폭풍과 심리적 요인 폭풍이 공존하는 그림책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아. 우리도 이랬지 하는 장면들이 꽤나 많이 있다.
코로나 때 제주도에 가서 딱 1년만 살아보자 했고, 마당이 있으니 마스크를 벗고서 숨을 쉴 수 있었고 바다를 뛰어다니며 ‘잘 왔다’ 생각했었다.
제주의 날씨는 다 괜찮았다. 황홀한 만큼!
다만 태풍은 조금 무서웠다. 남편은 육지에서 직장에 다녀서 한 달에 한두 번 왔었고,
제주날씨를 오롯이 경험하는 생활은 우리 몫이었다.
처음 태풍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날아갈 것 같은 물건들은 집안으로 들이고, 묶고,
정전까지 대비하며 랜턴에 초까지 준비했었다.
삼 남매와 나는 한 침대에서 꼭 붙어서 잤고 태풍이 지난 뒤에는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처럼 마당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지진도 경험해 보니. 자연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했다.
내가 경험한 환경적 요인의 폭풍은 어느 정도 감당해 낼 수 있는 크기였지만,
마음에 불어 닥치는 폭풍은 글쎄…….
폭풍의 경중은 따질 수 없겠지만.
나만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시련을 주는 것 같아 힘들기도 했었다.
과거의 나에게 폭풍은 아마도 엄마가 겪은 폭풍의 후폭풍이었다.
술을 사랑한 아빠. 술만 마시면 변하는 아빠.
밥상이 뒤집히고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몇 번 가출을 하기도 했었다는 엄마.
‘저래 작은 사람이 나 없으면 어찌 살꼬! 술 안 마시면 착하니깐 그렇게 또 살아졌다 한다.
싸우긴 했으나 기억에 엄마의 얼굴이나 몸에 멍 자국이 없는 것 보면 폭력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엄마 힘이 더 셌을지도.
하지만 아빠는 동네사람과 싸우고, 어떤 날은 논두렁을 휘청거리며 걷다가 빠지기도 했었다.
동네 창피한 건 어린 나도 그랬으니 엄마는 오죽했으랴.
언젠가 엄마가 나에게 한 말이 이제 생각이 난다.
‘내가 글자를 배웠으면 살아온 얘기를 책으로 쓰면 야 100권도 나올끼라. 서글프다. 서글퍼. 오빠만 데리고 나갈라 했는데 니가 들어섰다 아이가. 우짜겠노. 살아야지’
우짜겠노. 참 서글픈 글자.
그렇게 폭풍 속에 살았던 엄마는 암으로 6개월 선고를 받았지만, 엄마 딸이 딸 낳는 거 본다고 2년을 더 살았다.
폭풍은 지나갔다.
그리고 엄마도 데리고 가버렸다. 남들은 팔십, 구십 천년만년 사는데. 나도 서글프다 서글퍼!
엄마의 폭풍은 지나갔고,
나의 폭풍은 남아있다.
어떻게 지나가는 게 맞는지 몰라서 늘 남편과 대화하고 지혜를 배운다.
그래도 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나고 가면
‘그때 어! 내가 어! 얼마나! 얼마나! 힘들었는데!!’ 하고 말겠지.
그대의 폭풍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