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말 안해도 알아 나 좋아하는거~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 말뚝보고도 절한다는 옛말이 있다.
정말 그럴까?
우리 집에는 마누라를 안 예뻐해도 처가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
처음에는 딸의 연애 상대로 마음에 들어하지않는 예비장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주 예비 처가를 찾았다.
일이 바쁠때는 농사일도 거들었다.
농사일을 해본적이 없어서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힘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하는 것 같았다.
눈치가 빨라 엄마가 가르쳐주는 일은 엄마 마음에 들도록 척척하는 바람에 1년쯤 지났을때는 엄마랑 할머니가 꽤나 마음에 들어했다.
딸 성격이 까탈스러워 부딪힘이 많았는데 남자친구라고 데리고 온 사람은 생김새는 엄마 기준에 한참 모자랐지만 보들보들한 성격은 꽤 마음에 들었던것 같다.
주변에서 고모나, 숙모들도 좋다하고 엄마 본인도 경험해보니 이만하면 됐다 싶었던것 같다.
그렇게 몇 년 연애하는 동안 예비 처가 문턱을 닿도록 드나들었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할머니랑 엄마 둘이서 농사일을 하다보니 일손이 부족할때가 많아서 자주 갔었다.
그때는 아마 내가 예뻐서 그랬던것 같다.
물론 나도 우리집에 자주 들러주니 좋았다.
그리고 결혼을 했다.
"장모님 전화하셨던데"
"왜?"
"니 성질낼거라고 니한테 이야기하지말라고 하시던데"
"뭔데? 그럼 이야기는 왜 꺼내는데!"
그렇게 장모와 사위는 딸과 아내를 배제한채 자기들끼리 곧잘 통화하고, 엄마는 딸한테 해야 될 이야기를 사위한테 주저리주처리 이야기한다.
우리 엄마는 내가 생각하기에 말이 좀 많은 편이다.
기승전결을 반드시 이야기해야하는 사람이다.
혼자 살다보니 이야기할 상대가 없는것도 그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하다.
그런데 엄마의 장황한 기승전결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않고 다 들어주는 사람은 사위 밖에 없다.
솔직히 장모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을 수 있는 사위가 그리 많지는 않을것이다.
아들이나 딸은 이야기가 좀 길어진다 싶으면 "엄마 그래서? 결론을 이야기해!" 라고 말한다.
가끔 친정에 가서 들일을 마치고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잠시 쉴 시간이 되면 엄마는 구석에 차곡차곡 모아둔 봉투를 꺼낸다.
보험, 세금 혹은 건강검진결과에 관한 우편물도 나온다.
그럼 사위는 하나하나 다 펴서 읽어보고 이건 이런 내용이다 알려주면서 정리를 한다.
통장에 돈이 안맞다 또는 통장을 만들기는 했는데 이게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안난다 같은 그런 문제까지 사위가 해결한다. 딸은 옆에 앉아서 커피나 마시고 있다.
대구 출장 갔다가 오는 길에도 마트가서 장봐서 처가에 들렀다온다.
안부전화도 딸보다 더 자주하고 말 한마디도 예쁘게 하는 그 사위가 장모눈에 안 예쁠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처가에 잘한다는건 아내가 가 예뻐서 그렇다고 하는데 보여지는 거로는 그게 아니것 같다.
솔직히 남편이 나를 예뻐하는지를 모르겠다.
우선은 내말에 호응이 없다.
어디 커피숍이라도 가서 차 한잔 하자면 "까페는 무슨...그냥 집에서 마시면 되지"라며 맥심 커피를 한 상자 사들고 온다.
"피곤한대 드라이브는 무슨... 니 혼자 가라. 나는 쉴란다"
드라이브 가자고 하면 이렇게 대답하는 완전 우리 아빠 세대 같은 경상도 남자다.
그럼 애들한테도 그러느냐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아빠다.
그래서 아이들이 더 귀찮을 수는 있겠지만 내가 보기로는 최고다.
괜히 나한테만 무게잡는 우리 남편이다.
나는 맏이고 남편은 막내여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늘 내가 하는 말이 있다.
"남한테 하는거 반만이라도 내한테 하면 좋겠네"
"내가 남한네는 뭘 그리 잘하더노"
"목소리 톤부터 다르잖아. 말에 봄바람이 불잖아"
남한테는 보들보들한데 마누라한테는 왜 뻑뻑할까?
"여보! 처가에 그렇게 잘하지말고 내한테 잘해"
오늘도 친정에서 1일 농사일 거들고 오는 길에 남편한테 한마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