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의 포도밭

국가 폭력과 침묵의 연대기

by 디영
사마리아의 왕 아합이 나봇에게 말하여 이르되 네 포도원이 내 왕궁 곁에 가까이 있으니 내게 주어 채소밭을 삼게 하라 … 나봇이 아합에게 말하되 내 조상의 유산을 왕에게 주기를 여호와께서 금하실지로다 하니 … 무리가 그를 성읍 밖으로 끌고 나가서 돌로 쳐 죽이고 … 아합은 나봇이 죽었다 함을 듣고 곧 일어나 나봇의 포도원을 차지하러 그리로 내려갔더라.

열왕기상 21:2-16


그가 다른 가난한 자의 포도밭을 탐하여

군대에게 이르되

“힘없는 자의 머리를 티끌 먼지 속에 발로 밟고

연약한 자의 길을 굽게 하며“*

모든 산 자를 죽이라

내가 곧 일어나 그 땅을 차지하리라


이에 매일 실려오는 수십 구의 시체가

하나같이 어린아이들이었고

한날은 모두 작은 이마에

한날은 모두 뛰던 심장에

한날은 모두 그저 목숨에 조준당하였으니

그 얼굴에서 꿈이 걷히고 재가 되어 날아가더라


그때에 여러 나라의 엘리야가 그리로 내려갔나니

“네가 죽이고 또 빼앗았느냐”** 하매

군대가 예언자들의 목을 차례로 베었으니

저들의 눈과 입이 다시는 열리지 않더라


그는 이를 좋은 징조로 여기고 이르되

우리가 그 땅을 정결케 하고 있노라

가난한 자의 포도밭에서

죽음을 태우며 기뻐 노래하고

총칼을 높이 들어 이미 죽은 자들을 거듭 찌르더라


여호와께서 말씀이 이르시되 개들이 나봇의 피를 핥은 곳에서 개들이 네 피 곧 네몸의 피도 핥으리라 하셨더라

열왕기상 21:19



작가의 말

고대의 한 포도밭 이야기에서 시작된 탐욕은, 지금도 다른 이름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시는 그 반복에 대한 기록이며, 또 하나의 항의입니다.


주석

* 아모스 2:7

“… 서너 가지 죄로 말미암아 내가 그 벌을 돌이키지 아니하리니 이는 … 힘없는 자의 머리를 티끌 먼지 속에 발로 밟고 연약한 자의 길을 굽게 하며…”


** 열왕기상 21:19

“… 여호와의 말씀이 네가 죽이고 또 빼앗았느냐 ... 개들이 나봇의 피를 핥은 곳에서 개들이 네 피 곧 네몸의 피도 핥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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