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버려진 전신거울
매번 멈춰 선다
간밤 별일 없었니, 안부라도 묻듯이
닦아내지 못한 미련이
먼지 되어 쌓였구나 오래,
초점 흐린, 뿌연 거울 속
나 정도면 나쁘지 않지,
희미할수록 자신감을 주는 거울
이 정도면 아직 괜찮지, 하고 간다
해가 진다
빳빳했던 셔츠, 종이 접기라도 했나
얼굴까지 꼬깃해진 퇴근길
잊지 않고 들른다,
이럴 수가—눈치 없이 누가 등목이라도 해준 걸까
먼지들은 인사도 없이 떠났다
아침에 건네준 자신감과 함께
깨끗한 거울 속 지친 얼굴은
마법 풀린 신데렐라, 혹은
비밀을 알게 된 벌거벗은 임금님,
서운한 이 마음은 거울을 향한 걸까
내일부턴 만나지 못할 것 같아
잘 지내
언젠가 다시 보겠지
그땐 내가 기억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