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 라이스(purple rice)

복수 정답 (複数正答)

by 디영

“퍼플 라이스(purple rice)”


그의 눈동자는 녹색

그래서일까, 검은 찹쌀밥을

보라색이라 한다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다른 걸 말한다


베이지색 벽지를 보고

핑크가 섞였다고 하거나

두 개의 빨간 사과를 놓고

하나는 더 깊은 빨강이라고 한다


그의 말이 내린 벽지에

안 보이던 핑크 한 방울이 퍼진다

사과의 빛깔도 손톱만큼 달라진다 —

색안경 쓰지 않아도


그의 눈에 내 눈을 겹쳐보면

팔레트가 한 칸 늘어난다


찹쌀밥은 보라색이면서 검은색이다

색맹에겐 또 다른 색,

눈먼 이에게는 옆에서 속삭이는 색

누군가 파랗다 말하면 그에겐 파란 밥,

하늘을 한 숟갈 떠먹게 될 것이다


또 무엇을,

얼마나 다르게 보고 있을까

세상은 하나인데

모두 다른 세상을 품고 산다

혼자 꾸는 꿈처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메두사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