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층

호접지몽(胡蝶之夢)

by 디영

눈 감고 혼자 타는

버튼 없는 엘리베이터

어디로든 가지만

내 선택은 아니다


시간은 나선형,

공간은 휘어진다

여덟 시간은 두 달, 또는 겨우 삼십 분

풀밭은 동굴이 되고, 강은 들판이 된다

안과 밖이 뒤섞인다


나도 있고 내가 아닌 나도 있다

달은 두 개,

세 개일 수도 있다


시작도 없이 살다

갑자기 쫓기고 거기서 날기도 한다

그리웠든 아니든

죽은 이도 만난다


여러 번 죽고

부활하듯 눈을 뜬다

나 또한 죽었으나

망자는 데리고 나올 수 없다,

그는 거기에 산다


꿈에서 만난 이는

날 만난 기억이 없고

삶에서 스친 것은 꿈까지 따라온다

나만 기억하는 세상이 있다

여러 생을 산다

어디에서 죽고, 어디에서 사는가


연필 자국처럼 배겨든다

꿈이 삶에,

삶이 꿈에,

종이에도, 손가락에도

전생, 혹은 잔상처럼


뒤엉킨 삶은

오래 꾸는 꿈인가

삶 같은 꿈에서 깨어난 적 있는가


지금 바라보는 하늘,

날아가는 저 새는

삶에 있는가,

아니면 몇 층?

거기엔 없는 곳이 없으니


양파 속의 양파 속의 양파 같은

꿈속의 꿈속의 꿈,

어디에서 어디로 깨어났던가

… 깨어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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