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기도부터 해보자.

by 봄울

긴 명절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3일만 기도원 좀 다녀올게."


남편은 나를 말릴 수 없었다.

명절 내내 술과 유튜브, 게으름에 빠져 있었으니

양심이 있으면 아내가 왜 기도하고 싶은지 알았으리라.

다행히 양심이 남아 계셨다.


3일의 자유시간을 얻기 위해서는 시어머니께 보고하고 두 아들, 딸에게도 설명을 해야 했다.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모든 상황들이 흘러갔다.


1시간 남짓한 거리를 운전하면서 마음속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일을 때려치우고 싶게 만드는 것 같은 남편의 행동들.

내가 느끼는 수치스러움과 창피함.

그가 미웠다.


시댁의 3형제 가족들이 왔어도 한결같이 변함없는 이기적인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술 마시고 혼자서 유튜브보고,

아침, 점심엔 혼자 누워서 쉬며 얼굴도 비치지 않았다가 형이 온 저녁에 잠시 밥을 먹고는 다시 유튜브를 보며 술을 마시는 모습.


뒷담화 맞다.

울화통 터지는 실제상황이었다.


그의 눈조차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하나님, 이 상황에서 제가 특수학교를 꿈꾸는 게 맞아요? 저는 저 남자 하나로도 골치가 아프다고요!'


맞다.

나는 하나님께 항의하며, 답답한 마음을 쏟고 싶어서 왔다.


아주 웃긴 건, 이런 마음으로 찬양하고 기도를 하는데 '먼저 그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찬양이 생각났다는 것.


그리고 갑자기 헌금송을 부르라는 부탁을 받아서 '먼저 그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찬양을 반주 없이 불렀다는 것.


다 내려놓고 3일 동안 기도를 해볼 작정이다.

하나님이 꿈꾸지 말라고 하시면 다 그만둘 생각이다.(솔직히 그러라고 하시면 좋겠다.)


'하나님, 나는 답답하고, 자신도 없고, 지쳤고, 힘듭니다.'


기도원.

요즘은 기도원 문화가 많이 쇠퇴했지만, 하나님께 집중하고 싶은 시간을 갖고 싶어서 용기를 냈다.

60대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찬송가와 옛날 찬양들을 들으면서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국 교회가 부흥하던 시기의 부흥회와 지금 젊은 세대가 주님을 찾고 만나는 방법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


'여기는 믿을만한 기도원인가?' 이 부분에 대한 불편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많은 의심 가운데 하나님을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하나님의 길이.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알려주시고 말씀하시는 이야기와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하나님의 넓이. 펼쳐진 수많은 지역과 나라와 문화 속에 담긴 그분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하나님의 높이. 태양계를 넘어서 우주 저 끝에 숨겨놓은 하나님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하나님의 깊이. 깊고 깊은 바닷속 심해에 있는 수많은 생물들과 외핵과 내핵을 뚫고 그 깊은 속에 남겨두신 하나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3일 동안 모든 호기심을 해소할 수 없겠지만, 하나님과 친밀해지는 시간을 갖고, 어떤 방해 속에서도 내가 집중해야 될 그 한 가지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을 부여받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난 명절동안 화가 났고,

감정이 상했고,

전 부치고 설거지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남편 험담하지 않으려고 침묵으로 노력했고,

어디 가서 터트리지 않고,

하나님께 쏟아내려고 기도원에 왔다.

(이 글은 험담이 되었지만)


아직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남편을 향한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이 기도하면서 깨달아지고 알아가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나의 작음으로 인해서 처음 글을 쓰려고 했던 목적과 달라지고 있는 글에 대한 죄송함으로 연재는 오늘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합니다. 내용 없이 매주 글을 쓰는 것이 송구스럽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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