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준비 중입니다

4장. 나에게만 쉬운 사람

by 봄울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특정 사람에게 업무가 몰리는 현상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런데 그 ‘특정 사람’이
언제부터인지 나였다.


처음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내가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는 부탁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고,
웬만한 일이면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사람들이 나를 믿고 맡긴다고 생각해서
그게 조금은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뿌듯함은 점점 짐이 되었고,
그 짐은 어느새 ‘당연함’으로 굳어졌다.


“이것도 좀 해줘요.”
“좀 바쁜데, 이것도 대신 처리해 줘.”


처음에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명령처럼 들렸고,
이제는 그냥
“이 일은 네 몫이야”라는 식으로 굳어져 버렸다.


내가 잘해줘서,
내가 참아줘서,
내가 맡아줘서
그랬던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내가 ‘쉬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말 한마디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
불만을 말하지 않는 사람,
부탁하면 다 해주는 사람,
그리고 무거운 책임은 나누지 않아도 되는 사람.


회사에서 나는
‘편리한 사람’
이었다.


그 생각이 들자
내가 했던 모든 수고가
갑자기 초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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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울은 ‘보물’이라는 뜻을 품은 이름입니다. 사람과 하루 속에 숨어 있는 보물을 발견하는 관찰자입니다. 발달이 느린 두 아이와 함께 상처보다 은혜를 더 오래 바라보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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