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일지
오늘은, 어느 날보다도
꽃이 많았다.
나는 한 송이에서 멈추지 않았고
조금 더, 조금 더
그렇게 더 많이 모으기 위해
더 멀리 날았다.
다리에 꿀이 묻을 틈도 없이
날개를 바삐 움직였다.
꿀을 많이 모았다.
꿀단지는 점점 가득 찼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고
오히려 허전했다.
무언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잠깐 멈춰 서서 생각했다.
오늘 나는
‘모은 하루’를 살았지만
‘느낀 하루’는 아니었다.
그래서 다음엔
꽃이 한 송이뿐이어도
그 꽃잎에 스치는 바람까지
함께 모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