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사춘기인가.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찾아보려고요.
현재 직장생활, 인간관계, 나와의 관계,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가 않다.
영화 <8마일>에 나온 대사처럼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인 느낌이다.
그래서 나의 과거를 좀 돌아보려고 한다. 과연 나는 과거 어떤 선택의 결과로 현재의 나로 만들어졌을까.
나를 돌아보겠다는 일환으로 과거의 나를 먼저 떠올려봤다. 어렸을 때, 정확히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시절, 내가 닮고 싶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그들의 모습이 현재 나의 성격의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첫 번째 인물은 SBS 드라마 <카이스트>의 '구지원'이다. 고 이은주가 연기했던 인물을 정말 사랑했다. 똑똑하고 실력 있지만 남들에게는 약간 쌀쌀맞은 공대생. 긴 생머리의 긴 스커트를 입고 하늘하늘하지만 강단이 있던 인물.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구정태)에게만은 경계를 풀고 기댔던 인물. 한때 구지원이 너무 좋아서 카이스트에 가고 싶었던 적도 있으나 뼛속까지 문과라 금세 포기했더랬다.
구지원의 영향 때문인가. 남들에게 다소 차도녀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몇 번 있다. 별명이 '얼음공주', '엘사', '츤데레'였던 적도 있다. 예전에 어떤 친구는 내가 첫인상이 되게 차가워 보였는데 지내다 보니 누구보다 착하고 친절하다고 편지까지 썼더랬다. 아마 구지원의 성향이 내 안에 내재되어 있었던 건지도.
그런 구지원에게 닮고 싶었던 모습은 #능력 #똑똑함 #멋짐이었다.
두 번째로 닮고 싶었던 인물은 영원한 나의 공작부인, 자우림의 '김윤아'다. 현재도 그녀의 음악을 사랑하지만 초, 중학교 때는 거의 숭배했었다. 노래방에서 자우림의 '새', '파애', '밀랍천사' 등의 노래만 불렀고 한동안 닉네임도 '공작부인'이었다. 김윤아 1집 <Shadow of Your Smile>은 세기의 명반이며, 내가 CD를 구매한 가수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카리스마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대학교 전공 글쓰기 과제에서 소재가 참신한다고 칭찬받은 적도 있다.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멋짐'을 지향한다. 아마 공작부인의 영향이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김윤아에게 닮고 싶었던 모습은 #카리스마 #창의력 #독특함 #멋짐이었다.
이 밖에 나를 거쳐간 여인들이 많지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은 구지원과 김윤아다. 좋아하면 닮는다고 했던가. 다소 때가 덜 묻었던 유년시절에 좋아했던 인물은 지금도 내 안에 흔적으로 남았다. 차도녀의 기원은 그녀들로부터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