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가 자신은 천 개의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야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단다. 원고를 거절당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몇 번이나 시도해 보고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심하다는 듯이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천 번의 이메일과 출판사로부터의 선택이 그녀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작가가 되기 위한 최선이라는 것은 그녀에게 천 개의 이메일을 보내는 노력과 자신을 선택한 출판사를 만났다는 영광의 트로피 같은 것인가. 출간을 준비하면서 느낀 바로는 출판업계의 현실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실제로 요사이 출판업계도 생존이 쉽지가 않고 종이책이 예전처럼 나가지 않는다고 계약한 출판사의 편집장은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의 방법이나 작가 채택 방법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나는 투고메일을 천 개씩 보낸 그 작가의 집념은 높이 사지만 그것을 집착이라고 본다. 게다가 천 개의 이메일 이후에 받은 출판사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여 출간을 하게 되었다는 부분에서 그녀는 자신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는데 그것에도 나는 부정적이다.
나를 선택해 준 출판사가 있다면 무조건 계약을 하는 것이 당연한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물론, 워낙에 계약이 쉽지 않기 때문에 오랜만에 내려온 동아줄을 잡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런 마음은 내게도 있었다.
전에 브런치스토리에 쓴 글을 보고 연락해 온 출판사가 있었다. 내 사생활이 꽤나 흥미로웠던 모양이다. 그 글이 출판을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어서였을까 나는 고민 끝에 출판제안을 거절했다. 세상에 내놓을 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문체나 글의 흐름에는 관심 없이 스토리에만 만족하는 출판사의 눈에 실망을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신인작가가 참 오만하다고도 볼 수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마음이 조급하더라도 여유가 있어야 하더라. 내 원고가 잘 준비되어 있는지도 살피고 세상에 내놓았을 때 적어도 나 자신은 부끄럽지 않을 건가 의문도 가져보고 나를 선택한 출판사가 어떤 책들을 발간하고 있는지도 관심 가져 보고 출판사의 양심을 믿어도 되는지 대화도 충분히 나누어 본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이후에 언급하겠지만 출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물론, 직업으로서 작가인생을 선택했다면 출간방법이나 출판사를 선택하는 데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나의 판단은 투고메일에 매달리거나 서둘러야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중요한 건 글이다.
앞으로도 내게 연락을 해오는 출판사가 있다는 건 그지없이 반가운 일이겠지만 인연을 맺는 일에는 반드시 신중하려고 한다.
내 원고를 선택해 주세요. 저도 출판사를 선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