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를 하면서 각오했었다. 출판거절메일을 받겠지. 어쩌면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할 수 도 있어. 덤덤히 받아들이자.
감사하게도 내게 온 첫 메일은 출판을 해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글과 그림에 매력이 있어서 출판을 해 볼 가치가 있다고 하였다. 이런, 내가 너무 겁을 먹었던 건가. 출판사의 벽이 만리장성은 아니었구나. 시작이 좋았다.
두 번째 메일을 받았다. 자비출판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자비출판도 심사를 하긴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일단 보류하자고 덮었다. 출판제안을 받는 이메일은 여기에서 그쳤다. 30개의 이메일을 보내고 내 원고가 다수의 출판사에 채택될 수 있다고 믿었다면 그건 사실 오만이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이메일은 일 주가 넘어서 받은 것들이었다.
'먼저 저희 출판사에 관심 가져주시고 귀한 원고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집부에서 선생님의 원고를 논의해 본 결과,
출간 방향과 형편상 저희 쪽에서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좋은 소식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리며
더 좋은 인연으로 다시 뵙길 기대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소중한 원고를 투고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더욱 정진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두루 평안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순차적으로 투고 원고를 검토하고 있어 회신이 늦은 점 양해 바랍니다.
보내 주신 원고를 살펴보았으나
현재 저희 출판사에서의 출간은 어려울 듯합니다.
기대하신 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울러 귀한 원고 검토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메일 잘 받았습니다.
저희 출판사는 아동ㆍ청소년 문학, 인문서, 교양 실용서, 유년ㆍ아동 그림책을 주력으로 출간하고 있어,
보내주신 원고가 저희의 출간성격과 맞지 않아 출간은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
각 출판사 홈페이지의 출간도서목록을 참고하시어 의뢰를 하시면 좀 더 긍정적으로 출간검토가 될 것 같습니다.
저희 출판사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거절내용은 생각보다 부드러운 어투로 적혀 있었다. 거절메일조차 거절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답을 받았다는 자체에 감사했다. 한 출판사는 거절했다고 해서 나의 원고가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내용을 친절하게 덧붙여 주었다.
욕심 같아서는 내 원고가 채택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 주는 출판사가 한 군데 라도 있길 바랐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의 원고를 확인해야 하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투고를 하고 답장을 받으면서 느낀 건 출판사가 나를 선택해 주기만을 바란다면 원고를 가능한 많은 출판사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거절메일에 익숙해져야 하는 건 당연하고 내가 만일 좀 더 투고를 하고 출판사의 선택을 기다릴 작정이었다면 내 원고를 채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문의메일을 다시 보냈을지도 모른다. 적극적인 투고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출판사의 이메일에도 띄어쓰기가 틀린 글자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