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로 내 글이 나온다는 것은 이미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한 날에 방아쇠가 당겨진 일이었을 것이다. 글을 쓰자던 가 작가라는 직업을 갖자던가 좋은 글을 쓰자던 가 하는 글쟁이의 생각은 아예 머릿속에 없었던 그때. 나는 이미 작가가 되어가고 있었던 거다.
누구에게나 있었을 삶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는 밤에는 고독과 고통의 신음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새벽에는 눈 뜨는 게 싫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떴다. 삶은 거기에 늘 있었지만 나는 죽음의 선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류머티즘 통증은 멈춘 적이 없고 가슴을 후벼 파는 타인과의 관계는 버거웠다. 삶이 한 번도 즐거운 적이 없었던 사람처럼 웃음끼 없이 해골 같은 얼굴에 텅 빈 가슴을 가진 나는 이미 삶의 영역에 있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삶은 그래도 대답한다.
어느 날 책과 그림에 대해 말하는 작가의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크로키를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얘기하는 유투버였는데 그 친구가 브런치에 글을 썼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 날이 있다. 우연찮게 들어선 허름한 골목에서 담벼락을 따라 노랗게 피어있는 민들레를 발견하게 되는 그런 날.
브런치에 글을 썼다 는 문장 하나가 귀에 꽂히듯이 남았었다. 내가 찾은 민들레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글놀이 플랫폼이었고 심사를 통과하면 브런치북으로 글을 완성시켜 볼 수도 있는 곳이었다. 나는 홀린 듯이 브런치스토리 아이디를 만들고 일단 글을 몇 개 써서 저장했다. 아직은 타인에게 보이지 않은 글이었고 또 나는 반드시 그 글들이 보여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저 그런 넋두리였기 때문이다.
민들레를 피우다
그림 그리는 류머티스 동거인이라는 제목으로 브런치북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나는 신들린 듯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에세이가 아니었고 일기 또는 한탄, 속풀이에 가까웠지만 어차피 상관없었다. 쓸어낼 공간이 생겼다는 게 중요했고 벌써 오래전에 내게서 떠났던 글이라는 소재가 다시 나를 찾아와 내 삶을 살려내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그래. 출판이라는 계획은 이미 그때부터 시작되었는데 나는 알지 못했다. 작열하는 여름, 목마름을 채우고 나면 강물에 발을 담그고 싶어지고 몸을 적시게 되는 것을. 글은, 책 '아무렴 어때'는 그렇게 나를 찾아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