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또 다른 (애완)견들의 이야기

오늘은 이런 일이 있어요

by 보나쓰

생명을 만들고, 팔고, 사고, 버리는 일을 인간이 하면 괜찮은 건가요?


몇 달 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동물보호단체가 산에 버려져 죽어가는 새끼 개들을 구하는 장면을 보다가 그 단체를 팔로우했다. 이후로, 알고리즘은 비슷한 내용의 게시글을 끊임없이 내게 실어 날랐다. 길렀던 강아지 두 마리를 오래전에 하늘로 보내고, 차마 마주 보기에도 마음이 불편했던 애견들의 모습을 매일 보게 되었다. 사랑받는 애견들을 보는 건 그나마 마음이 편했다.


여기저기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개들, 안락사를 기다리며 케이지에 갇혀 번호로 매겨지는 개들, 목이나 얼굴 등이 테이프로 졸려 고통받는 개들,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자 버려진 애견까지 말로 다할 수 없이, 생명에 대한 존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현장 사진과 영상들을 보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매일 그 단체가 구하는 생명들과 현장의 소식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사실은 외면하는 순간에 왠지 떠나보낸 내 강아지들에게 죄를 짓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처음에 내가 그 동물단체를 팔로우했던 건 후원을 하기 위한 건 아니었는데, 그 단체의 활동을 보면서 많은 활동비와 구조를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후원을 시작하면서 내 관심은 더 깊어졌고, 나는 그 단체와 마음을 같이 하는 인연을 맺고 있다.


얼마 전에 그 단체가 강화 번식장에서 여러 마리의 개들을 구조했다. 놀라운 건, 그 번식장이 합법적인 곳이라는 사실이다. 죽어있는 개와 섞여서 삶을 구걸하고 있는 개들. 낚싯줄에 묶여 파여있는 발목을 상처받지 못한 개들. 진흙과 오물을 뒤집어쓰고 감염과 궤양에 시달리는 개들. 구더기와 파리가 범벅이 댄 밥그릇에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버티고 있었다. 한 번도 보호받지 못하고 이 아이들이 낳은 새끼들은 예쁘게 전시되어서 비싼 가격에 애완견으로 팔려 나간다. 국가에서 생명을 무작위로 생산해서 팔아도 좋다는 허가를 해준 것과 다름없는 시설에서 벌어지는 일은 악랄한 인간들의 밑바닥을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 삶의 뒤꼍에서는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진다. 도와야 할 사람들도 많고 자연 생태계도 시급하다. 그 와중에 개들까지 돌보는 일이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인간들이 가장 친한 친구로 가까이 두는 동물이 아닌가. 어릴 때는 귀엽다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찍어 올리고 영상으로 좋아요를 받으면서 신나 하다가 노견이 되면 버린다. 치매에 걸려도 버리고, 불구가 되거나 수술비가 많이 드는 병이 들어도 버린다. 개들은 버려지고 끊임없이 생산되고 또 인간으로부터 사들여지고 다시 버려진다.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고, 국가가 강제하지 않는 한, 현재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다고 보인다. 다만, 구조됐거나 안락사로 처참하게 죽어가는 개들을 입양하는 방법이 있다. 기르고 싶다면, 제발 입양이라도 하자!


오늘 하수구에 버려진 여러 마리의 꼬물대는 새끼 개들이 어느 단체에 의해 발견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그 아이들에게 보호기간이 정해졌다. 안락사되는 날짜가 잡힌 거다. 누군가 입양하지 않는다면, 눈을 뜨고 삶의 꽃이 피기도 전에 곧 세상에서 사라질 생명들이다.



제가 후원하고 있는 단체 사단법인 도로시지켜줄개(인스타그램 있어요)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동참해 주세요.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5화언니, 할 말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