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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랑, 모닝 루틴

3학년 아들의 미라클 모닝

한창 아이를 키우며 영상번역을 하던 시절에는 시간이 없어서

마감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새벽까지 일을 하고 다음날은 또 좀비처럼 보내다

아이가 낮잠을 자면 옆에서 함께 따라 쪽잠을 자는 일을 반복했던 것 같다.


번역일을 그만두고 난 다음부터는, 나는 제법 아침형 인간으로 살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이 깨기 전에 나만의 티타임을 누렸고

그 고요한 시간을 즐기고, 그 시간이 주는 위로와 힐링을 느끼며

흔히들 미라클 모닝이라 부르는 그 시간이 주는 소중함을 제법 오래 전부터 느껴왔다.






이른 아침이 주는 고요함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나를 돌아볼 수 있고, 무엇에도 쉽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렇게 매일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엄마를 보고

3학년인 10살 우리 아들은 매일 6시에 기상을 하기 시작했다.


5시 반쯤 일어나 한창 요가를 하고 있으면

6시 알람이 울리고 아들이 눈을 비비고 일어나 거실로 나온다.

제법 오래 전부터 함께 해온 모닝 루틴이지만

요즘 더 대견한 건, 11월의 6시는 깜깜하고 추운 아침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기 전, 그날 해야 할 일을 스스로 끝내고

엄마의 요가와, 요가수트라 읽기가 끝나면

함께 간단하고 소박한 아침에 따뜻한 차 한 잔을 곁들인다.


그리고나면, 딸아이가 슬금슬금 일어난다.

아침형 인간이라는 것도, 어찌 보면 타고 나는 유전자의 영향도 있는 듯하다.

아들은 아침에 벌떡 일어나지만, 딸은 늦은 시간에도 몇 번이나 깨워야 겨우 일어나는 걸 보면 말이다.

한 배에서 나와도 이렇게 서로 다르다는 걸, 

생활 곳곳에서 느끼곤 한다.






차를 마시는 일상은 우리집에서는 13년째 계속되어오고 있다.

학교 가기 전, 혹여 함께 하는 찻자리가 없는 날이면 무척이나 서운해하는 딸이다.


아침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카페인이 과해도 좋지 않고, 

늦은 저녁 카페인은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절대 허락하지 않는지라

두 번의 찻자리를 길게 갖는다.


각자의 할일을 하며 차를 마시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면서 차를 마시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찻자리는 일상이다.

그런 일상이 쌓여, 관계가 돈독해지고

서로 눈을 마주쳐온 시간이 쌓여, 신뢰가 쌓인다.


막연하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 시간은

13년의 세월이 쌓인 지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우리의 관계에도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유독 일어나기 힘든 날들도 있다.

그런 날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소파에 5분 정도 누워 엄마의 요가를 지켜보다가

이내 곧 자리에 앉아 할일을 차분히 끝내는 우리집 둘째이다.


꾸준함은 모든 것을 이긴다고 했던가.

꼭 무언가를 이기기 위함이라기보다

꾸준함으로 쌓여가는 내 삶이, 우리의 삶이 더 풍요로웠으면 좋겠다.

매일의 반복되는 생활 습관이,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한 우리의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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