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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가을 Jun 28. 2022

밤을 새는 사람들

브런치에 이혼과 육아에 대한 글을 쓴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라이킷 알림이 오면 굳이 들어가보게 되고, 

통계를 눌러 오늘은 몇 명이 내 글을 봐주었는지

자꾸만 확인하게 된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좋아해준다는 것이 신기하고, 

너무 고맙기도 하다.


직업상 밤을 자주 샜는데

어릴 때는 밤샘이 그렇게 힘들더니 

이제는 몸이 적응해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정을 넘어 새하루가 시작되고

밤이 새벽을 향해가는데

또 몇 명이 내 브런치에 들어왔나 앱을 눌러보게 된다.


약간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보통 유입경로는 브런치가 대부분이지만

자정이 넘으면 검색으로 유입되는 독자가 생긴다는 것.

그 검색어는 물론 '이혼'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새는 사람들(Nighthawk)>


새벽에 잠을 못 이루고 

'이혼'을 검색하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나 불안하고, 인생의 기로 앞에 선 느낌인지 알기에

밤을 지새우는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함께 슬픔이 느껴진다. 


갓 이혼했을 당시에는

남의 이혼소식을 들으면 

안도감이 들었다.

나만 실수한 게 아니라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보니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대에

겨우 버티며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이

이혼이라는 스트레스까지 겪어내기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도 가혹한 일이고.


최근 결혼식을 몇 차례 다녀왔는데

젊은 사람들이 예쁘게 함께하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싱그러웠다.

지금 그 모습처럼 쭉 행복하기를 빌었다. 


사람은 나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에서

행복감을 느낄 때가 많다.

지금 잠 못 들고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내게 더 이익이 될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지금의 배우자와 가족으로 묶여있음으로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다만, 이익이라는 건 반드시 '얻는 것'만은 아니다.

돈을 벌어서 행복할 수도 있고

돈을 기부해서 행복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처럼

각자 다른 모습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있음을,

잠 못 드는 사람이 당신만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당신이 많이 외롭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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