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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오리 Sep 14. 2024

동물을 파는 동물원


“국내 탑브리더 협업을 통한 최상의 인물”


내부에서 유리를 통해 지나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웃음이 가득하다. 사랑스럽다는 표정.


여기는 동물원의 역할을 겸비한다. SNS에서 보던 귀여운 동물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동물원. 돈이 있으면 살 수 있고, 돈이 없으면 36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도 가능하다. 이 얼마나 모두에게 열려 있는지.


강아지와 고양이의 플라스틱 밥그릇은 하나같이 물어뜯은 흔적이 가득했다. 생후 2-3개월의 어린 동물이 얼마나 운동량과 호기심이 많은지 나는 돌보는 동물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어른 동물의 기를 쏙 빼놓을 정도로 정신없이 장난쳐야 할 그 동물들이 작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한 가족이 왔다. 직원은 “제가 한 번 꺼내서 보여드릴게요.”하며 ‘아이’를 꺼내 만지게 해 줬다. ‘털을 길러 우아하게’, ‘곰돌이 컷’ 같은 말로 외모를 어떻게 가꿔야 할지에 대한 팁을 설명해 주었다.


"이마라인이라든지 발바닥에 흰색 포인트가 들어가기 때문에 요 아이도 예쁜 아이예요."


"(병원비) 평생 50%이기 때문에 보험 드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죠. 저희는 분양하는 순간부터 회원제로 들어오시기 때문에 50% 해드리는 거죠."


그 가족이 ‘교환’에 대해 묻자 직원이 황당하다는 듯 “개는 생명이에요.”라고 말했다.


의료혜택 50%, 용품, 사료, 미용까지 평생 20% 할인.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수익이 끝나지 않고 판매 이후 부수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평생 고객’이 만들어진다. 생산-의료-판매-캐피털까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곳. 스마트축산과 뭐가 다른가.


보호소는 입양할 때 조건이 있지 않냐, 여기도 그렇지 않냐 물었을 때, 직원은 따로 그런 것은 없고 ‘마음에 드는 아이’ 있으면 그날 바로 데려갈 수 있다고 했다. 아이가 아프면 치료를 해주거나 ‘교환’을 해 준다고도 했다.



견종의 등급은 인물, 혈통, 성품에 따라 책정되었다. 가장 저렴한 등급은 B등급으로 ‘분양가’는 30만 원. A, AA, AAA, 준명품, VIP, VVIP, VVVIP, 0.1%. 최고 등급의 분양가는 800만 원 이상이었다.


준명품, 말티푸

: 말티즈의 앙증맞은 성격과 푸들의 천재성, 인간의 속성을 잘 파악하는 뛰어난 지능을 모두 갖춤.


VIP, 비숑 프리제

: 트레이드마크인 몽실몽실한 순백색의 인형 같은 외모와 순하고 훈련능력도 좋다. 헛짖음이 적다.


VVVIP, 골든 두들

: 골든 리트리버의 장점인 “사교성, 침착함, 친근함”과 푸들의 장점인 “천재성, 애교”를 모두 지님.


0.1%, 하이브리드 견 - 버니두들

: 부모 견종의 장점을 결합하여 특성을 극대화시켰습니다.




이곳은 동물을 살 수 있는 동물원이다.

“부담 갖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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