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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오리 Apr 14. 2024

우리는 동물 결박의 수혜자다

한 달 만에 다시 그를 만나러 갔다.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더위였다. 산으로 뛰어 올라가는 그를 뒤따라가기 벅찼고, 평지에선 살랑살랑 걷는 그의 속도를 맞추기엔 내 다리의 한계를 느꼈다. 지쳐서 길 위에 발라당 누웠다가, 그의 신나는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 다시 달렸다.



그가 관심을 보이는 곳에 차에 깔려 죽은 뱀의 사체가 있었다. 또 한 명의 동물이 인간 때문에 죽었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그는 논에 고인 물에 첨벙 발을 담그기도 했고, 두 번의 산책 끝에 터덜터덜 걸어갈 정도로 체력이 소진되었다. 그는 또다시 제 자리에 묶였다.



그가 묶인 그 공간 위에 벚꽃이 피어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그는 불행했다.



비장애인은 ‘정상성’을 기준으로 설계된 차별적인 도시의 수혜자라는 말은 익숙하다. 그를 다시 그곳에 묶어두는 것은 인간인 내가 수혜를 입는 것이다. 비인간 동물들이 묶여 있는 것은 나약한 인간 동물에게는 수혜다.



거리로 탈출했던 ‘인간에게 위협적이라 판단되는’ 동물들의 최후. 그건 우리가 새벽이를 꽁꽁 감추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인간들이 위협적인 동물들을 가뒀고 묶어두었기에, 그리고 그것이 ‘법’이 되었기에 나는 어떤 동물로부터 습격받지도 않고 집에 갈 수 있었다.



일과의 끝에 고양이 밥을 주러 갔다. 함께 돌보는 분은,공원에 줄을 하지 않은 개들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오프리쉬 (Off Leash).


누군가가 걷고, 달리는 자유가 강탈당하는 것이 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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