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 (2)

남은 개

by 봉봉오리


현장에 출동한 구조단체 활동가들은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동물보호법과 폐기물관리법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라이브 중간, 후원금이 들어왔다.




한두 시간쯤 지나 경찰과 공무원이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그물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숯댕과 함께 밖에 있었다. 저 안에 갇힌 이가 돼지였으면 경찰은 오지 않았겠지. 무슨 무슨 법으로 고발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다르구나.



인간을 향해선 쉬지 않고 화를 내고 경계하던 들개는 숯댕이에게 살갑게 다가와 산책에 동행했다. 아이보리색의 그 개는 정수리에 하얀 부분이 있었다. 나는 그를 보면서 ‘흰눈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것 같았다. 그가 다시 그곳에 가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거기가 그의 집 같았다.



그날 저녁, 개들은 시보호소로 보내졌다. 들개인 흰눈이는 남았다.






구조센터를 통해 들은 소식으로는, 현장에 왔던 공무원에 의해 흰눈이는 들개 포획될 예정이라고 했다. 머리가 멍하고 심장이 떨렸다. 내가 개농장을 발견했기 때문에 흰눈이는 죽게 되는 건가?


침착하게 포획 보류를 요청했고, 구조센터는 시청과 소통하여 포획을 취소시켜 주었다. 보류. 일단 ‘살려는 둘게’. 추후 민원이 들어오면 다시 포획 대상이 된다고 한다.


포획 보류가 나의 요청으로 되는 게 이상했다. 누군가의 생이 카톡 몇 개가 오가면 결정이 되는 거다.






며칠 후, 밤.

조용했던 마을을 들쑤셨던 나는 내심 걱정되었다. 그 마을에서 나는 이미 존재감이 있었다. 남의 개를 산책시키러 오는 이상한 여자. 그 마을에 있는 개농장을 찾아서 신고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마침 지인으로부터 밤에 가지 말라는 당부도 들었다. 보복에 대한 우려는 늘 한다. 그래서 개농장과 반대 방향으로 산책을 갔다.



산책이 끝나갈 무렵, 숯댕이는 집에 가기 싫다며 나를 개농장 방향으로 이끌었다. 개농장이 기존 산책 경로에 있었고, 그곳에 흰눈이가 있으니 숯댕이가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산책할 때, 대부분 내가 정하는 방향에 협조하던 숯댕은 흰눈이를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숯댕아 우리 둘 다 큰일 난다. “

잔소리를 하면서도 결국 갔다.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의 기척을 느낀 흰눈이는 크게 짖더니 숯댕을 확인하고는 더 이상 짖지 않고 조금씩 다가왔다. 두 개가 반갑게 인사했다. 흰눈이가 안전한 것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잠깐의 인사를 마치고 가려는데, 숯댕이는 더 놀고 싶고, 흰눈이는 따라왔다. 차라리 이렇게 계속 따라가면 좋을 텐데, 흰눈이는 어느새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흰눈이랑 더 놀고 싶다고 버티고 앉은 숯댕이로 나는 애를 먹었다.






집으로 돌아간 숯댕은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막차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집에 가려하자 평소와 달리, 낑낑거리며 울부짖었다. 그 소리를 듣고 멀리서 앵두가 출동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앵두는 이날 나를 꽤 따라왔다.



피터가 있는 곳까지 따라온 앵두 때문에 긴장됐다. 피터 약밥을 챙겨주고 나니 앵두가 말썽꾸러기 같으면서도 눈치를 보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롱패딩으로 두 팔을 휘휘 저어 집으로 가라고 했다. 몇 번 아쉬움을 표하더니 사라져 버렸다.


30-40분 가볍게 산책하고 가려던 계획은 무너지고 2시간이 걸렸다. 아무튼 아무도 안 죽었다.


*시보호소 개들은 해외입양을 추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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