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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Oct 26. 2018

얼리브의 '카멜레존' 워크스페이스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6. 어메이징브루잉 건대 × 얼리브


도시작가는 도시 곳곳의 로컬 공간들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크리에이터 그룹입니다. 주변 환경과 분위기, 사람이 서로 영향을 받으며 완성되어가는 특별한 공간에 주목해요. 공간 공유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가 특별한 장소들을 제대로 나누기 위해 '도시작가'와 함께 로컬 공간 이야기를 수집합니다.


 공유 경제의 확대로 인해 최근 전통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카카오의 카풀 출시에 맞서 택시업계는 생존권을 지키겠다며, 지난 18일 파업에 돌입했다. 그런데 파업으로 되려 고객들은 택시 대신 카풀을 이용해 카풀 업체만 득을 본 꼴이 됐다. 호텔을 소유하지 않은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곳곳에 호텔을 소유한 힐튼과 메리어트보다 시가총액이 앞선다. 호텔뿐일까.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제너럴모터스·포드·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우버의 후발주자인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의 '그랩'의 성장세도 무시 못한다.


 공유경제란 물건을 기존의 '소유'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바꾸는 것으로서,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하여 사용하는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굳이 비싼 차량을 구입하지 않아도 필요할 때 잠깐 빌려서 사용하거나, 전 세계 어딜 가나 비슷한 느낌을 주는 호텔보다 현지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사용하는 것이 이제는 익숙한 시대가 되었다.


출처 : 미래의창


 연말마다 이듬해 소비 트렌드를 미리 예측하는 김난도 교수는 책 <트렌드코리아 2019>을 출간을 기념하여 지난 24일 광화문 KT 스퀘어 드림홀에서 2019년 트렌드 키워드 발표를 했다. 내년 10개의 트렌드 중 공간에 관심이 많은 내게 눈에 띄었던 키워드는 '카멜레존'이다. 주변의 환경에 따라 몸의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공간도 상황에 따라 재탄생하는 '카멜레존'이 될 것이라고 한다.


KEB하나은행 '29CM 스토어'(강남), 우리은행 '베이커리 인 브랜치'(잠실 롯데월드몰)

 몇년 전 대형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출현으로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있던 동네 서점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최근 동네 서점이 도태된 지역 곳곳에 '독립 서점'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서점이 재탄생하고 있다. 큐레이션된 책 판매뿐만 아니라 작가와의 대화, 원데이 클래스, 워크샵, 굿즈 판매 등도 하고 있어서 날이 갈수록 찾는 사람은 늘고있다. 가격으로 경쟁이 되지 않았던 동네 서점은 대부분 도태됐지만, 독립서점의 출현은 소비자의 선택이 꼭 '가격'으로만 귀결되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다. 책을 사기 이전에 사람들은 취향이 분명한 '책방 주인장'이 큐레이션한 책에 집중하고, 그들이 선별한 강연을 듣기 위해 퇴근 후 부랴부랴 서점으로 향한다.


 점포를 줄이고 있는 은행들은 최근 다양한 형태의 점포로 변화하고 있다. 꼭 은행에 방문해야만 처리되던 은행 업무가 모바일 뱅킹이 일상화되면서 점포들은 역할이 축소되었다. 은행들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매장을 본연의 은행 업무 뿐만 아니라 문화를 결합한 형태로 내놓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영업점 공간을 주민들과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지역 고유의 문화에서 비롯된 콘텐츠를 큐레이션 하여 제공하는 '컬처 뱅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9CM는 하나은행의 네 번째 컬처 뱅크 파트너로서 최근 강남역에 '29CM Store'를 오픈했다. 우리은행 또한 잠실롯데월드몰점에서 도넛을 먹으면서 은행 업무를 함께 볼 수 있는 '베이커리 인 브랜치'를 운영하고 있다.


[아래 글에서 제주 독립서점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전통 경제의 중심에 있던 서점과 은행이 기존의 역할인 '책 판매', '은행 업무'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점심을 거르고 은행을 가야 했지만, 이제는 도넛을 먹으면서 은행 업무를 치를 수 있게 되었고, 번호표를 뽑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다양한 제품을 구경할 수 있어 기다리는 시간이 더 이상 지루하지 않게 되었다. 독립 서점 또한 서점의 취향과 맞는 사람들이 대거 몰리게 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내년은 '공간'이 하나의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다양한 목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카멜레존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김난도 교수의 예측이 은행과 서점을 포함해 몇몇 업계에는 이미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얼리브의 첫 번째 선택, 브루독 이태원×얼리브 워크스페이스]


  '얼리브'는 기존에 있던 공간의 '유휴 시간'을 활용하여 매장을 서울 곳곳에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유럽 판매 1위 수제 맥주 브랜드인 브루독은 지난 8월에 이태원에 펍을 오픈하면서, 9월에 얼리브와 제휴를 맺었다. 브루독은 평일 저녁 시간대와 주말에는 본연의 펍으로써 역할을 수행하지만, 잠들어있는 평일 낮 시간에는 얼리브 워크스페이스로 활용된다. 브루독 이후로도 얼리브는 어그로빌리지(이태원), 어메이징브루잉 건대점과 연달아 제휴를 맺으면서 워크스페이스를 늘리고 있다. 지난 9월 브루독에 이어 10월에는 낮에는 업무 공간으로, 밤에는 수제 맥주를 판매하는 펍과 분위기 좋은 라운지바로 변신하는 '카멜레존' 어메이징 브루잉 건대점과 어그로빌리지 이태원점을 차례대로 다녀왔다.


어메이징브루잉 건대×얼리브 워크스페이스



건대입구(2호선·7호선)에 내려서 6번 출구로 나와 커먼그라운드 방향으로 쭉 걷다 보면 어메이징브루잉 건대점이 나온다. 브루독과 어그로빌리지는 이미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얼리브와 제휴를 맺었다면, 어메이징브루잉 건대점은 오픈 전부터 얼리브 워크스페이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얼리브 워크스페이스 안내문


여기가 맞나? 싶을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얼리브 워크스페이스 안내문. 왠지 모르게 이 안내문을 발견하면 안심이 된다. 매장 밖에는 스탠딩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게 곳곳에 오크통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다. 매장 안이 워낙 넓어서, 밖에서 마시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웨이팅하지 않으면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정말 많이 찾는다고 한다.


밤에는 수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으로 변신하는 어메이징브루잉 건대

 어메이징브루잉 건대점은 넓은 매장이 오크통으로 만든 벽을 통해 구분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원형 테이블(오크통)과 안으로 들어서면 나타나는 스퀘어 테이블이 등장한다. 스타벅스 창가에서 자주 보이던 1인 좌석이 어메이징브루잉 건대점에서도 오크통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즐비하고 있다. '맥주 마시러 온 손님'이 아닌, '일하러 온 손님'의 관점으로 매장 곳곳을 살펴보니 주변 곳곳에 콘센트도 많았고, 인터넷 속도도 일하는 내내 불편함이 없었다. 특히 가장 안쪽에는 15~20명쯤 들어갈 수 있는 독립 공간에 TV까지 배치되어 있어, 낮에는 '어메이징브루잉 건대'에서 회의를 하다가, 밤에는 회식 장소로 탈바꿈해서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마시자!

'펍'은 기존에 맥주를 마시는 곳에 불과했지만, 어메이징브루잉 건대점은 상황에 따라 공간이 변신하는 카멜레존이 된다. 낮에는 커피를 마시면서 일하는 업무 공간이 되고, 저녁에는 친구들을 불러 수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이 되는 셈이다. 마침 10월 31일까지 어메이징 브루잉 건대 오픈 기념으로 자양동 맥주를 1,000원(250ml 기준)에 판매하고 있어 더욱 저렴하게 맥주를 즐길 수 있었다.


본인이 알아서 따라 마시는 '셀프 맥주유소'를 지향하는 어메이징브루잉

얼리브 워크스페이스에 일하러 왔지만, 어메이징브루잉도 궁금했다. 수제맥주로 유명했지만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방문한 김에 매장 곳곳을 살펴봤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었던건 30~40개의 수제맥주를 소비자가 알아서 직접 따라마시는 시스템이었다. 항상 주문해서 마시는 것에 익숙하던 내게 생소한 시스템이기도 했다. (저만 생소한 거 아니죠???)


맥주와 안주를 주문할 때 알아서 가져다대면 되는 만능 팔찌(?)


낮에는 업무공간인 어메이징브루잉 건대점은 6시가 되면 펍으로 탈바꿈했다. 테이블 위치를 알려주면 직원이 팔찌를 건네주고 이 팔찌를 통해 키오크스를 통해 메뉴를 주문하거나 맥주를 선택해 마실 수 있었다.


소비자가 직접 따라 마시는 '셀프 맥주유소' 시스템

  맥주는 셀프 주유소처럼 소비자가 'TAB HERE'에 팔찌를 가져다대면 리터와 가격이 나오고, 10ml 단위로 원하는 양만큼 따라 마실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특히 500cc 한 잔도 다 못 마시는 친구와 함께 술 마시러 올 때 유용해보였다. 맥주의 가격은 10ml 기준으로 40원부터 500원대까지 다양했다. 여러 맥주를 시음하고 싶을 때, 조금씩 따라서 마셔보기 좋을 것 같다.


 밤에 펍에서 일해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서 맥주를 한 잔 시켜놓고, 원래 잡아놓았던 자리에서 일을 했다. 어메이징브루잉 오픈 시간 30분 전에 얼리브 매니저가 각 테이블마다 배치되어 있는 이용 안내문과 얼리브 멤버들을 위해 제공되는 커피, 멀티탭 등을 정리하고 어메이징브루잉 직원들은 펍이용 안내문과 메뉴판, 수저 등을 각 테이블마다 배치하느라 분주했다. 펍으로 바뀌니 불편함이 군데군데 보였다. 잔잔한 음악이 시끄러운 펍 음악으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일을 이어가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고, 삼삼오오 모여 술 마시러 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일을 하는 건 아무래도 아직 어색했다.


6시가 되자마자 금방 사람들이 몰려드는 모습을 보고, 웨이팅하지 않으면 마실 수 없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저녁이 되니 매장은 낡은 창고를 개조해 펍으로 만든 '개조 창고 배럴펍'답게 세련된 창고 느낌이 물씬 풍겼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활용되지 않은 낡은 공간을 펍으로 개조하고, 얼리브는 그 펍의 낮 시간을 업무 공간으로 활용했다. 덕분에 협업한 두 업체의 공간 활용법이 더욱 돋보이는 매장이었다. 공간을 방문하면 이제 인터뷰도 필수가 되었다. 아래는 어메이징 브루잉 건대점에 상주하고 있는 얼리브 매니저님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Q. 브루독, 어그로빌리지, 어메이징브루잉까지 주로 밤에 영업하는 펍 또는 라운지 바와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영업을 하지 않는 유휴시간(평일 낮)을 활용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저녁까지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혹시 다른 업종이랑 제휴하거나 저녁까지 일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할 생각이 있는지?

그렇지 않아도, 매장을 늘리면서 계속 얼리브 멤버분들이 불편한 점을 얘기해주고 계신다. 오픈하기 전에 예측한 부분도 있지만, 직접 경험해봐야 아는 문제들도 있어 취합하여 현재 불편함을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저녁시간까지 일하고 싶다는 수요가 꽤 있어서 현재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업종도 계속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Q. 얼리브가 매장을 확장할 때 고려하고 있는 요소는?

무엇보다 위치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오픈한 워크스페이스는 이태원(브루독, 어그로빌리지)과 건대(어메이징브루잉)에 집중해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서울 중부, 동부의 도심지에 매장을 계속해서 늘리려고 고민 중이다. 그리고 '빛'을 중시한다. 브루독은 매장 입구가 통유리로 되어 있어 빛이 많이 들어오고, 어그로빌리지도 큰 창문이 있다. 어메이징브루잉 같은 경우 창문이 없어서 낮에는 조명을 좀 더 밝게 쓰고 있다.    

Q. 현재 '카멜레존'처럼 활용되는 워크 스페이스들은 계속 유지할 생각인가?

유동성은 있다. 멤버들이 많이 안 찾으시면 그때쯤 고려해볼 생각이다. 일단 최소 6개월 이상은 유지할 것이다. 무엇보다 얼리브 멤버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교통 입지를 굉장히 중요시 생각하고 있다.

Q. 기존 얼리브라운지(성수)에서 일하던 얼리브 멤버들이 확장한 워크스페이스를 많이 찾는지?

이태원에 있는 브루독과 어그로빌리지는 무료 체험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어메이징브루잉 건대는 얼리브라운지와 가깝다보니 멤버들이 많이 찾는 편이다.   

Q. 유휴시간을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펍이나 라운지바와 제휴하는 것도 좋지만, '얼리브라운지'같이 시그니처 매장을 확장할 생각은 있는가?

당연히 시그니처 매장의 확장도 필요하다. 확정된 것은 없지만, 언제든지 확장 가능성은 있다. 특히 얼리브라운지 같은 경우 평일에는 저녁 10시, 주말에는 저녁 6시까지만 운영되는데 24시간 이용하고 싶다는 니즈가 상당히 많다. 얼리브는 멤버들의 요청 사항이나 불편한 점을 처리하면서 최근 몇 년간 정말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일을 겪고 있다. 앞으로 매장 확장 뿐만 아니라, 내부 서비스의 퀄리티도 올리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얼리브 워크스페이스 곳곳에서 커피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서울 내에서 매장을 확장하는 것도 좋지만, 경기권 특히 제가 살고 있는 분당 쪽에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전무하다. 다양한 기업들이 입점해있는 판교 같은 경우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정말 많을 것 같은데 눈에 띄는 곳이 없다. 경기도에도 확장해달라. (개인적인 사심)

그렇지 않아도 분당 정자에 니즈가 좀 있다. 최대한 고려해보겠다. (웃음)

Q. 얼리브 라운지를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활동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현재 얼리브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편인지?

입소문을 타고 많이 찾아오신다. 얼리브를 이용하고 있는 멤버분들이 추천해서 오시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각자 다른 공간의 취향을 물었다]


 얼리브는 최근에 무서운 속도로 4호점까지 워크스페이스를 늘리고 있다. 얼리브 라운지(성수)를 제외한 워크스페이스에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앞서 발행한 '공간의 취향'이라는 글에서 장소를 바꿔가며 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연령대는 20~30대였고, 그들은 같은 '인테리어','분위기'를 선호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펍', '라운지바'와 같이 다른 업종과 제휴해서 워크스페이스를 늘리고 있는 얼리브의 실험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카페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전히 '코워킹스페이스','공유오피스'라는 개념은 익숙치 않다. 얼리브는 공간을 확장하면서 아직 곳곳에 불편한 점이 눈에 띄지만, 다양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경험을 사람들에게 선사한다.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건대입구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얼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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