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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Apr 08. 2019

달콤하지 않은 길이 더 달콤하다.

책 『완벽한 공부법』, 신영준·고영성

재미있는 뉴스 기사를 하나 봤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풀었던 학습지로 최근에 공부를 하는 어른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궁금했다. 조금만 찾아보면 학원이나 인강도 수두룩한데 왜 하필 학습지일까.


구몬 관계자는 "학원이나 개인과외 등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3만 원대)으로 주 1회 방문 선생님의 1대 1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본인 실력에 맞게 학습량과 난이도를 정하고, 매일 10~30분씩 꾸준히 공부하도록 도와주다 보니 직장 생활로 시간에 쫓기는 어른들이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신의 실력에 맞춰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라고 얘기한다. (참고기사 : 구몬, 눈높이.. 학습지 성인 회원이 늘었다는데)


이 기사를 보고 어린 시절 포기했던 수학에 대한 열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공대 출신 개발자였지만 항상 수학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프로그램을 짜다가 겉핥기만 하는 느낌이 들거나 설계가 막히면 늘 수학이 문제라 생각했다. 포기했던 수학에 흥미를 느껴 좀 더 높은 레벨까지 끌고 갔다면 지금 처한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수학을 포기하지 않았어도 그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수학이 아닌 다른 핑계가 그 자리를 대신 할 것이다. 다행히 성인이 되고 나서 수학은 예전처럼 나를 자주 괴롭히지 못했지만, 정답이 없는 문제가 내 앞에 나타날 때마다 가장 먼저 수학이 문제라 생각했다.


학습지를 포함해 공부하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취미활동으로 수학을 배우는 사람, 여행을 좀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 등 배우고자 하는 목적은 다르지만 다들 열심히 자기 계발에 힘쓴다. 그들은 꼭 승진이나 이직처럼 결과를 위해 공부를 하는 건 아니다. 학생 때는 '대학 입시'라는 결과를 위해 억지로 공부했다면 성인이 되고 나서는 부족함을 채우는 과정에 흥미를 느낀다.


책 『완벽한 공부법』은 우리 모두의 성장을 위해 이왕 공부하는 거 체계적으로 하자고 '공부법'에 관련된 내용을 총망라한 책이다.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학창 시절의 공부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와서도 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공부는 필연적이다. 이 책은 다른 책이나 논문에서 제시한 여러 실험 결과를 인용해 주장하는 미국식 자기 계발서와 비슷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책은 저자의 통찰보다 이미 조사한 결과를 짜깁기한 느낌이 들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재밌게 읽었던 건 책에서 주장한 내용을 실제로 경험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제2장 메타인지는 '나를 모르면 공부도 없다'는 부제를 달고 있다. 예전에는 출근할 때마다 "오늘은 퇴근하고 집에 가서 책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집에 도착하면 피곤하기도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 등의 이유로 책을 읽는 경우는 손에 꼽았다. 나는 나를 몰랐다.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는 집에서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었다. 글 <퇴근 후 스타벅스로 출근하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쉬고 싶은 집 대신 카페로 출근하니 그동안 의지만으로 할 수 없었던 독서, 글쓰기, 필사 등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환경에 따라 공부 효율이 달라진다는 제10장 환경의 내용과 일치하기도 한다. 결심보다 강력한 것은 환경이다.


제4장 목표는 글 <지난 7년간의 주간 계획, 꾸준함 앞에 장사 없다>로 설명을 대신할 수 있다. 2012년부터 꾸준히 주간 계획표로 시간관리를 하고 있다. 작년에 쓴 글이니 주간 계획을 쓰고 있는 시간만 8년이다. 책 『습관 공부 5분만』에서 저자는 습관의 심리적인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플래너를 3년 넘게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플래너를 오래 쓰면 어떤 점이 좋은가?"라고 물었다. ‘생산성이 높아져서 좋다’, ‘하루를 계획적으로 살게 되었다’ 등 실제적인 효과를 예상했지만 막상 그들의 대답은 달랐다.


"몇 권이나 쌓인 플래너들을 보면 내가 그동안 마냥 놀고 있지만은 않았구나 하고 위안이 돼요."


플래너 작성 습관은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하는 마음의 안식처였던 것이다. 꾸준한 습관의 행동이 안식처가 되는 순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사라진다.


제8장 사회성에서는 '함께하면 똑똑해진다'라고 설명한다. 글 <인증은 최고의 습관이다>는 함께하는 인증의 힘에 대해서 내가 경험한 이야기를 풀었다. 책 『완벽한 공부법』은 이렇게 내가 그동안 체득한 사례들을 무수히 많은 데이터로 설명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나는 이게 잘 안되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걸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면 물어보고, 괜찮은 거 같으면 따라 하면서 집요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당장 비용이나 시간이 들 수도 있지만 내 것으로 확실히 만들면 그 비용이나 시간은 아깝지 않다. 내 것이 되지 않아 습관 되지 않은 비용이 아까울 뿐. 에버노트 쓰다 말고, 원노트 쓰다 말고, 블로그 시작하다 말고, 브런치 작가 하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져서 상처 받아서 안 하고, 그러다 다시 관심 있는 거 생기면 거기로 갔다가 금방 안 하고 내 것이 안 되면 내 돈만 나간다.

글 <인증은 최고의 습관이다> 中


성인이 되고 나서 하는 '인생공부'는 학창 시절에 공부했던 수학이나 영어처럼 어떤 한 과목만의 성취만으로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생공부는 정답은커녕 점수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한다. 책을 읽고, 어린 시절에 포기했던 수학을 다시 배우고, 여행을 떠나 현지인과 대화를 해보기 위해 외국어를 학습하며 작은 성공을 쌓아간다. 작은 성공은 다른 분야의 도전으로 확장되고 다시 작은 성공으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성장은 끝없는 반복 과정이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 '틀린' 것에서 '옳은' 것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틀린 것에서 약간 덜 틀린 것으로 나아간다. 또 다른 것을 알게 되면 약간 덜 틀린 것에서 그보다 약간 덜 틀린 것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진리와 완성을 향해 나아가지만 실제로 거기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 책 『신경 끄기의 기술』


성장의 길은 지루하고 지난하다. 그럼에도 성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다면 스스로를 믿고 열심히 달려보자. 달콤하지 않은 길이 끝내 더 달콤하기 마련이다.



 #씽큐베이션 #더불어배우다 #대교 #완벽한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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