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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Sep 14. 2019

좋아하면 저절로 따라오는 줄 알았지

잘하는 일만큼이나 좋아하는 일에도 충분히 애써야 한다


"무엇을 좋아하려고 얼마나 노력해봤느냐"


책 《JOBS - EDITOR》를 읽다가 무엇을 좋아하려고 노력해봤느냐는 문장을 보고 머리가 띵했다. 보통은 그냥 좋아하려고 했지. 좋아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냐는 질문을 살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잘하는 일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좋아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저절로 따라오는 줄 알았다. 돌이켜보면 아니었다. 좋아보인다는 이유로 시작한 일은 많았다. 다만 그렇게 시도한 일은 대부분 '나랑 맞지 않아서', '해보니까 재미없어서'라는 이유 등으로 금방 싫증이 나 얼마 못 가 그만두었다.


'그건 왜 하는 거야?'

'그냥 재밌어서 한 번 해보려고'


나는 싫증이 자주 나서 그럴까. 주변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면 꼭 물어본다. 나처럼 금방 싫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간혹 그냥 한 번이 대단한 일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또 다른 새로운 것에 시간을 뺏기고 있을 때 그들은 묵묵히 그 한 번에 시간을 쌓아갔다. 처음에는 분명 어설펐는데 어느 순간 좋아하는 일에 풍덩 빠지더니 잘하는 일이 되어 그 위에서 깊게 헤엄치고 있더라. 매번 같은 곳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아, 원래 잘했던 일이구나'라고 그 사람이 좋아하려고 노력했던 과정은 생략하고 잘하는 일로 치부하기 바빴다.


2016년부터 꾸준히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지만 막상 독서모임에서 만났던 모두가 책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독서모임에 참여했을까? 목적은 다양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강제성을 부여해서라도 읽기 위해, 다른 사람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서, 평소 읽기 힘든 책을 읽고 싶어서, 자기 계발을 위해서. 사람에 따라 목적은 단 하나일 수도 있고, 여러 개에 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중에는 목적과 상관없이 그냥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왜 책을 읽냐고 물어보면 어떤 목적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읽는 이유도 불분명하다. 그들은 그냥 좋아서 읽는다.


독서모임 성격에 따라 한 달에 한 권 읽는 모임이 있는가 하면 많이 빡센 모임은 한 주에 한 권을 읽는다. 언뜻 봐서는 한 달에 한 권은 쉬워 보이고, 한 주에 한 권은 힘들어 보이지만 내가 겪은 실제는 반대였다. 300페이지짜리 책 한 권을 읽는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한 권 읽는 사람은 매일 10페이지씩 읽으면 무난하게 한 달 동안 1권을 읽는다. 반면 한 주에 한 권 읽는 사람은 매일 43페이지 정도 읽어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한 달에 한 권 읽는 사람은 매일 안 읽는다. 이건 4년 넘게 독서모임을 운영했던 내가 100% 보장한다. 매일 읽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한 달에 한 권만 읽는 사람이 아니다. 최소 두세 권은 읽는 사람이다. (매일 10페이지씩 읽으면 감질맛 나서 못 읽는다. 더 읽으면 더 읽었지!)


 주에   읽는 사람은 매일 43페이지씩 읽어야 한다. 하루라도 밀리면 86페이지가 된다. 이건 하루 만에 읽기 부담이다. (그래도 읽을  있다) 그러니 부담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매일 독서하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저녁에  약속이 있으면 아침 출근길이나 점심시간을 투자해서라도 읽어야 하고,  마시러 가는 길이나 술을 조금 먹어서라도 집에 와서 마저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읽지 못한 분량은 내일로 넘어가고 이틀 정도만 지나면  이상 하루 만에 읽을  없는 분량이 돼서 ' 책은 나랑 안 맞더라' 핑계를 대며 쉽게 포기한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많을수록 전체를 계산한다. 한 달에 한 권 읽는 사람은 30일 동안 300페이지를 나눠서 읽을 생각을 하지만, 한 주에 한 권 읽으면 그런 거 없다. 일단 오늘 많이 읽어놔야 내일이 편하다. 여전히 좋아하는 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같은 곳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노력에 투자하는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야 하고, 한 번이라도 밀리는 순간 바로 압박을 느낄 정도로  분량을 쉽지 않도록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은 미루지 않고 노력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과정 중에 '싫증'이 난다면 그건 나랑 안 맞는다는 증거가 아니라 일상에 압박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내가 남들보다 좋아하는 일이라고 하면 글쓰기를 뽑을 수 있다. 잘하는 일이라면 글쓰기라고 말하기 주저했겠지만 좋아하는 일이니까 가능한 대답이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려고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노력했다. 길을 걷다가도 좋은 생각이 날 땐 일단 스마트폰을 꺼내 적었다. 대부분은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좀 이따 적지 뭐'라고 미루다 잊어버리기 일쑤였지만 나는 그 메모로 인해 글감을 놓치는 일이 줄어들었다. 덕분에 생각을 놓치는 일이 줄어들었고 글감은 넘쳤다. (물론 글감은 '쓸모 있어 보이는 생각'일뿐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정리를 한 번 거쳐야 했다.)


이성복 시인은 책 《무한화서》에서 작가는 듣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는 친구들과 술자리 또는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가도 문장을 줍기 바빴다. 그런 순간마다 다이어리를 꺼내 적고 싶었지만 앞에 있는 사람에게 '너 지금 뭐 하는 거냐?'라는 말을 듣기 쉬우니 딴짓하는 것처럼 스마트폰에 적어두곤 했다. 나중에 글을 발행하고 나면 그 문장의 원작자(?)에게 그때 네가 했던 말을 글에 썼다고 말하면 백이면 백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라는 반응으로 돌아왔다. 말하기 좋아하던 나는 여전히 말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주변에서 항상 좋은 문장을 선물해주는 덕분에 다른 사람의 말에 듣는 것도 익숙해졌다. (물론 상대는 내가 말해주기 전에 선물했는지도 모르지만!)




작년에는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활동을 하면서 서울, 제주의 여러 코워킹스페이스를 다니면서 공간 기획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나눈 이야기를 매거진 〈머물고 싶은 공간을 씁니다〉에 글(링크)로 남겼다. 4개월간 활동하면서 호기심이 많은 내가 '인터뷰어'라는 역할을 빌미로 궁금한 것들을 모아 '인터뷰이(보통은 공간기획자 또는 커뮤니티 매니저)'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꽤 재밌었다. 그래서 내년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겹쳐있는 사람들과 인터뷰하는 시리즈를 글로 남겨보려고 기획 중이다. (이왕이면 인터뷰하는 과정이 좋아하는 것을 넘어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되길 내심 바라고 있다) 또 새로운 일을 벌여 얼마나 힘들지 대략 예상은 되지만 이렇게 부단히 애써야만 내 것이 된다.


싫어하는 걸 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탈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은 좋아하려고 지루한 시간을 거쳐 굉장히 노력한다. 다만 그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을 뿐. 좋아하는 건 저절로 따라오지 않는다. 잘하는 일만큼이나 좋아하는 일에도 충분히 애써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더 좋아할 수 있다.


좋아하기 때문에 잘한다는 말도 일련 맞지만 그 이상으로 좋아하려고 애를 쓰는 것도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하거나 '왜 나는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지?'라고 하며 자책하기도 합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물어봐요. "무엇을 좋아하려고 얼마나 노력해봤느냐고"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제 발로 걸어오는 게 아니고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더 많이 더 세심하게 보려고 애써야 생기는 겁니다.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더 많이 보이게 되는 게 있어요. 남들과 똑같은 걸 봤는데 다르게 보이는 거죠. 돌이켜보면 제가 만났던 사람들 중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자기 일을 더 좋아하기 위해서

― 책 《JOBS - EDITOR》 中에서




Photo by Braden Collu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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