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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Feb 13. 2023

부지런함엔 끝이 없다

어떤 위기는 게으름이 아니라 부지런함 때문에 생긴다.


책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동조




매년 연초가 되면 세우는 '단골 목표'가 몇 가지 있는데 꼭 빠지지 않는 목표 중 하나가 독서였다. 목표를 세우면 잘 지키는 J 타입이라 틈틈이 기록하면서 할당량을 점검하니 목표를 지키긴 수월하다. 그런데 연말이 되고 달성한 목표를 보고 있어도 전혀 기쁘지 않은 해가 많았다.


남들이 1년에 50권 읽었다고 하면 '우와!' 하면서 감탄하지만 내가 1년에 50권을 읽으면 의심부터 든다. 사실 의심이라기보다 스스로를 너무 잘 안다. 권수를 채우기 위해 읽었던 얇은 책, 반올림되는 키처럼 다 읽지 않아도 1권으로 카운트되는 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렸던 아주 작은 꼼수까지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다른 사람은 인정해도 스스로는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부지런함을 추구하는 삶이 위험한 까닭은 '부지런함'의 정의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1분 1초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본인이 부지런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마다 잠을 줄일까? 고민하고 계획했던 루틴에서 조금만 벗어나는 날이 있으면 스스로 게을러졌다고 자책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위기는 게으름이 아니라 부지런함 때문에 생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까? 궁금한 마음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보고 있자면 별 일 없는 내 삶과 달리 다른 사람은 부지런하게, 근사하게, 재밌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그곳엔 절망이 없다. 항상 예쁘고 멋진 사람들이 웃는 모습으로만 가득하다.


남들의 하이라이트와 내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잘못된 비교에는 잘못된 감정이 따른다. 그러니 애초에 비교 대상이 틀렸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게으른 순간에 다른 사람의 부지런함이 더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게으름 뒤에 오는 후회보다 부지런함 뒤에 오는 후회가 더 나쁜 법이다.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고 열심히 사는데 스스로를 옭아매며 지금보다 더 부지런함을 강조하고 있다면 잠시 멈춰야 할 때다. 열심히 달렸는데 도착해 보니 원하는 목적지가 아니었을 때 오는 후회보다 허무한 것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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