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 되니 식탐이 더 강해졌다. 어쩌다가 하게 되는 외식에서는 젓가락을 멈추지 않았고, 앞에 있는 접시의 바닥을 확인한 뒤에야내려놓았다. 젓가락을 오래 쥐고 있을수록 뱃살은 야금야금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바지의 지퍼가 안 올라가는 일이 발생했다.외출을 해야 하는데 하나같이 지퍼가 잠기지 않았다. 원피스를 꺼내어 살을 구겨 넣었지만, 거울 속 모습은 구긴다고 반쪽으로 접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살을 6kg 감량했다며 쫄쫄이 니트를 입고 나왔다. 탄수화물을 끊고 두부만 먹는다는것이다. 아이들 밥은 챙겨주고 본인은 두부와 샐러드로 가볍게 식사를 한다고 했다.
"어머, 정말? 탄수화물을 안 먹는단 말이야?"
"네! 저도 처음엔 못 할 줄 알았는데, 해보니까 몸이 가벼워서 좋더라고요. 언니도 한번 해보세요?"
"아니야, 나는 한 끼라도 탄수화물 안 먹으면 당 떨어져 쓰러질 거야! 어휴, 현기증 나, 어지러워! 나이 들면 밥심인데! 밥을 어떻게 끊어!"
"호호호, 저도 처음에 그랬는데, 탄수화물을 끊으니혈당이내려갔어요. 신랑이 당뇨 초기라서 요즘 같이 하고 있는데 공복 혈당이 정상 범주에 들어갔고요. 언니네도한 끼 정도는 시도해 보세요.어렵지 않아요!"
"하루에 한 끼라도 시도를 해보라고?"
"네! 해보세요!"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넘실 데는 뱃살을 보며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럼, 딱 한 끼만 해볼까!'
처음 진입은 두부스테이크로 했다. 420g 두부를 반으로 잘라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하고 10분재운다. 소금으로 나온 물기는 키친타월로 닦는다.전분을 골고루 묻혀서 올리브오일로노릇노릇하게 뒤집어가며 굽는다. 전분으로 구운두부스테이크는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함)하다. 바삭하게 구운겉면을 칼로 슥슥자르면 촉촉한 두부의 속살이 부드럽게 씹힌다. 두부스테이크위에 들기름을 부어주고 샐러드에오리엔탈드레싱을부어서 함께 먹으면,고급진 맛이 난다.'이런 맛이면 계속 시도해도 되겠는 걸?' 용기가생기면서 일주일 식단을 짰다. 매일 소스와 샐러드를 바꿔 가며, 식사 시간은 8시 전으로 끝마쳤다. 그리고 그다음 날 12시까지간헐적 단식을병행했다. 평소에 14시간 정도는 해봤지만, 16시간은 해본 적이 없었다. '끼니를 굶는 건 옳지 않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라고 외쳤던 삶이다.
혹시나,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혈당이 떨어져 현기증이 생길 거라고 짐작하며 포도당을 준비해 놨지만 우려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3주째가 되면서 몸무게가 줄기 시작하더니, 4주가 되는 무렵 2kg 감량에 성공했다.시계 방향으로 향하던 바늘은 시간을 역행하며 반대 방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2년 동안 야금야금 쪄온 뱃살이 빠진 것이다. 몸무게가 줄어드니 부지런함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식탐으로 매일 밤 가뿐 숨을 몰아쉬고 배를 두들기며 눕던 습관은 빠빠이를 하게 되었고,홈트를 틀어놓고 타바타운동을따라 하기시작했다.식사시간에두부와 야채로 포만감을 채우는 날이 쌓일수록 몸이 가벼워지는느낌이 들었다. '미영이가 말했던 몸이 가벼워진다는 것이 이런 기분인가?' 간헐적 단식은 한 시간씩 늘려가며 20시간 시도해 봤다. 물을 마시면서 하니 큰 무리 없이 가능했다.식탐이 슬금슬금 올라올 때면 젓가락을 손에서 얼른 떼어냈다.
옷장 속에 있는 옷들을 다시 입을 수 있게 되는 기쁨이란! 다이어트성공의 가장 큰 포상일 것이다. 그동안 사놓고 입지 못한 원피스를 꺼내어 입어 보았다. 거울 속 원피스는 생각했던 모델핏은 아니었지만, 반쪽으로 접을 필요는 없었다.
새해가 시작되어 1kg을추가감량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마이크로 리추얼! 과도한 목표는 곧 포기를 부르기에 최소한의 지킬 수 있는 만큼으로 했다.
식탐에넘실거리던 배에서 한가로운 배고픔의 즐거움의 세상으로 넘어왔다.끼니를 채우기 위해 '먹기 위해 산다'를 외쳐온 나였다. 25년도엔 배고픔의 휴식이주는 편안함을 계속 누려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