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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각보다 깊게 연결돼 있다

“전등사에서 일한다며?”


어느 날, 친한 스님께서 불쑥 연락을 주셨다.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내가 전등사에서 일한다는 사실은 아주 소수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님들께도,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스님은 웃으며 대답하셨지만,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누군가 일부러 말을 옮겼다는 생각도 들었고,

혹시 전등사 내부에서 누가 이야기했나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전등사에 계신 스님들조차 그 스님과는 인연이 없다고 했다.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아주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됐다.

총무스님께서 내가 예전에 있던 절에

‘레퍼런스 체크’를 하셨다는 사실을.

총무스님과 그 절은 아무 연관이 없을 줄 알았는데,

스님들이 모이는 교육 자리에서 이전 스님과 만났던 인연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렇게 소식이 닿았고, 나는 알게 모르게 ‘소개된 사람’이었던 셈이다.


그 순간, 오래전 첫 해외여행에서 만났던 친구 새미가 떠올랐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그녀는 세계일주 중이었고,

내 대학 친구와 우연히 만나 함께 여행을 하게 됐다고 했다.

잠시 동행하다가 각자의 여정을 떠났고,

그다음 여행지였던 뉴욕에서, 새미는 우연히 나와 마주쳤다.


“세상 진짜 좁구나…”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도시에서 느꼈던 감정을

강화도 전등사에서도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촘촘히,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인연은 내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어떤 형태로든 다시 나를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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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예전엔 관계에 굉장히 예민하고 섬세했다.

말 하나, 행동 하나에도 깊이 신경 썼고,

그 덕분에 좋은 평판으로 이어진 일들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피로감도 함께 쌓였다.

모든 관계에 그렇게 에너지를 쏟는 일이 과연 맞는가?

그런 인내심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래서 한동안은 일부러 무심해지려고도 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태도는

어쩌면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내 과거의 태도’가 돌아오고,

‘누군가의 기억’이 나의 새로운 시작에 영향을 줄 때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맺는 모든 인연은,

어떤 형태로든 다시 우리를 찾아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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