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 스님이 돌아가시는 과정을 알기에
마음이 너무 찹찹했다.
그 스님은 몸이 안 좋아 병원에 들렀다가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셨다고 한다.
절에서 마련해준 병실에서
말없이 생의 끝을 준비 중이셨다.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이 끊겼던 가족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기독교식으로 장례를 치르겠다고 했다.
그 스님은 평생을 불가의 길을 걸은 분이었다.
절 안에서는 “그건 아니지 않냐”고 가족에게 말했고,
스님의 뜻도 분명히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가족의 의사가 우선일 수밖에 없었다.
스님은 결국 기독교 호스피스로 옮겨지셨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스님은 개종했다는 소문과 함께 생을 마감하셨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병세가 깊어질수록
스님은 자신의 신념보다
가족의 뜻에 조금씩 마음을 기울이셨다고 한다.
마지막은, 그래도 가족과 함께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멍해졌다.
종교란 무엇일까.
한 사람이 평생을 걸고 쌓아올린 믿음은
그렇게 쉽게 지워질 수 있는 걸까.
삶이 남은 이들에게 종교는
선택이고 관점이고 성향일지 모르지만,
죽음을 앞둔 누군가에게 종교는
그 사람의 생애 전체이고, 역사이고, 신념이다.
그 스님의 마지막은
누군가에겐 이해받지 못한 선택이었고,
또 누군가에겐 존중받지 못한 생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로 자꾸 생각하게 된다.
만약 그게 내 이야기였다면—
나는 어땠을까?라고 말이다.
내가 평생을 걸어온 길을
마지막 순간에 가족이 뒤엎는다면,
나는 너무 화가 많이 나고
서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그래도 결국엔 마음이 기우는 존재는
결국 ‘가족’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스님의 상황이 조금은 슬프고,
한편으론 이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