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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주연 Oct 30. 2024

사생활과 동거 감각

  골똘한 옆얼굴. 

  무슨 일이야, 묻는 사람.

  어제보다 더워진 낮에 

  메밀 소바를 만들어 먹고. 

  산책길에 저녁거리를 사 오는 사람.

  비눗방울을 처음 불어 보는

  서투른 입김과

  바람이 아이의 뒤에서 팔을 잡아 준다.

  작은 무지개들.

  길을 되돌아올 때 

  히라가나를 읽을 줄 아는 사람. 

  계란을 푸는 젓가락과

  나무 도마 위의 두부는 부드럽게 썰린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삼월의 침실.

  복도를 지나가는 발소리.

  창문을 조금 열어 놓으면 

  먼지 냄새.   

  오늘은 잠을 설칠 것 같아.

  살결을 쓰다듬으며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본다.

  나는 지금 평온하다, 평온하다. 

  손바닥으로 자기 가슴을 두드리면 

  먼저 잠든 사람의 숨소리.

  심장이 빠르게 뛴다. 

  커다란 구(球) 안에서 길을 잃는다면.

  모퉁이 카페는 꼭짓점이 된다. 

  청혼이 필요 없는 오랜 애인.

  나의 궤도 안으로 들어온 사람에게.

  꿈속에서 만난 새로운 동네에서도 

  히라가나로 된 간판을 읽을 줄 안다면.

  반가웠어요, 조심히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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