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꾸지 않는 깊은 잠에 들길.
이런 호의를 받고서도 잠에 들지 못하는 밤에는 죄책감이 든다.
오래된 동화책을 펼치면 집 냄새가 난다. 누구의 사랑을 받다가 여기로 오게 되었니. 부드러운 두 다리 사이에서, 정수리 위에서 목소리가 울린다. 내용을 기억할 필요가 없는 작은 방 안에 나뭇가지가 뻗쳤다. 방은 세상 전체가 된다.*
불이 꺼진다.
타이핑, 바느질, 가드닝…….
눈을 감아도 할 수 있는 것들.
무대에서 관객석을 바라본다. 눈으로 사람을 찾는다. 사람이 있어야 할 곳에 사람이 없고. 의자 하나가 그를 지시하고. 옆의 의자는 저 이를 가리킨다. 의자 옆에 비어있는 의자 옆에 팔꿈치……. 옆에 없음, 나란하다.
자정이 가까워져 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에 듭시다.
눈을 떴을 때 방은 먼 곳까지 떠내려가 있었다. 몇 년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아. 방 안의 나무가 더 무성하게 자라 모퉁이마다 가지가 꺾였다.
내 의지로 불을 끈 건 아니었지만. 어렵지 않게 침실까지 갈 수 있을 거야. 이쯤에 식탁이 있어야 하는데, 허벅지에 모서리가 닿아야 하는데……. 식탁은 없다는 것으로 주의를 끌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꽂아놓은 선풍기가 돌고, 켜 놓은 주방 불이 밝혀졌다. 조금 열어뒀던 베란다 문을 다시 닫고, 주방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식탁은 다시 그 자리에 있었다. 어젯밤 잠은 어디로 갔나요.
* 모리스 샌닥, <괴물들이 사는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