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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주연 Oct 30. 2024

식물 식별능력

  달동네를 내려다보면 하나의 건축물 같아. 골목길이 정교하다. 한 사람이 설계한 건물 같기도 해. 아무리 이사를 다녀도 달동네는 모두 달동네라고 불러. 할머니가 쓰는 방은 안방이고, 큰아이가 쓰는 방은 작은 방, 막내에겐 방이 없다. 사거리를 건너 골목길로 들어설 때 몇 개의 경우의 수가 생길까. 각각 다른 시기에 마을로 들어온 사람들. 정수리를 내려다보면 하나의 식물 같아. 등교하는 아이들의 책가방과 신발만 보고서도 전교생을 구분할 수 있어. 여행은 다녀오기 전이 제일 좋은 거잖아. 종업식에서 개근상을 받은 친구가 말했다. 친구는 식물의 품종명을 붙이는 방법을 알려줬다. 매화와 벚꽃은 같은 속俗으로, 한 가족입니다. 매화는 벚꽃보다 이른 2월과 3월 사이에 개화합니다. 매화나무랑 매실나무 중에 뭐라고 부르는 게 맞아? 꽃과 과실 중 하나를 고른다. 목소리만 알고 있는 사람을 꿈에서 본다면 그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겠니. 잠을 설치는 날일수록 현실에 가까운 꿈을 꾼다. 수화기 너머로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구별하고. 벌써 벚꽃이 피었다니, 감탄하는 3월의 사람들. 얼굴을 모른 채 목소리만 들을 수 있다면 사람을 깊이 사랑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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