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쓰기 시작한 이유 + 작가 소개
우리 부부는 2016년 5월부터 2018년 5월까지 2년을 여행했다.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건 심플했다. 마흔을 앞둔 인생 중반의 무력감과 불안함을 견딜 수가 없었던 우리 둘은 버킷리스트 1번을 실행해 보기로 했다. 물론 이렇게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엔 여러 달의 고민이 있긴 했다. 하지만 고민은 조의 한마디로 끝났다. 당시 결혼 5년 차였던 우리에겐 아이가 없었다. 일부러 가지지 않으려 한 건 아닌데 그냥 시간이 흘러버렸다.
"우리 아이가 없는데, 아이가 있는 사람들처럼 살지 말자."
기가 차게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40여 년을 한국사회에서 살다 보면 정해진 틀을 벗어날 생각을 한다는 게 참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그 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되어버렸으니까, 조의 말이 맞았다.
733일 42개국 203개 도시를 다니면서 많은 걸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겪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 안주로만 남기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한번 써보자라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터져버렸다.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여행에 관련된 사업은 얼어붙었다. 그렇게 우리 둘 다 책을 써보겠다는 원대한 포부에서는 멀어져 갔고, 다시 한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해갔으며, 2021년이 되었다.
하지만 2021년, 내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책을 써보겠다는 꿈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의 여행은 여행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지만 사람 사는 얘기이기도 하고 우리 부부의 치열한 싸움 이야기이기도 하며 당시 국제사회 정치, 사회적 현장에 있었던 르포이기도 한, 다양한 장르이니까. 누구든 낄낄거리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 팬데믹의 종식이 느껴지는 요즘, 코로나가 끝나면 어디로 가볼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수도 있겠고...
그렇게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작가가 아닌 관계로 글을 쓰는데 특별한 기교는 애초에 없다. 그냥 우리가 겪었던 일을 최대한 솔직하게 써볼 생각이다. 우리가 경험한 것들은 그 자체로 이미 드라마틱하니까.
Bonnie & Joe
'세계여행을? 2년 동안? 마누라랑?'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조의 회사 부장님 말씀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는 부부가 단둘이 여행하는 게 어색해져 버렸나- 저 얘기를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부부이든 아니든 누군가와 24시간 2년을 붙어다닌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하지만 그 어려운걸 우리가 해냈다. 2018년 5월, 이혼하지 않고 무사히 한국공항에 손잡고 입국해서 지금까지도 잘 살고 있다.
보니 Bonnie
1981년생 부산여자. 열다섯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꿔오고 있으나 이루지 못한 철없는 중년. 남편의 꼬드김에 2년 세계여행을 다녀오게 된다. 체력이 달리는 데다 뭐든 잘 흘리고 다녀서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 돌쇠 남편이 없었다면 세계일주는 끝마치지 못했을지도…
부캐 – 쇼핑 요정. 어떻게 그렇게 항상 사고 싶은 게 있냐고? 요즘은 AI가 다 알려주더라고-
조 Joe
1977년생 부산 남자. 사랑을 할 땐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부담스럽게 열정적인 ENFJ, 2년의 구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의지의 남자. 생긴 건 으르신들이 좋아하는 참한 회사원이지만 락을 좋아하는 자유 영혼이 내재되어있다. 절대 빼지 않는 한쪽 귀의 조그만 피어싱으로 락 스피릿을 지켜냈다. 잘 다니던 직장을 떼려 치고 마누라에게 세계일주를 제안한 대담한 인물.
특기는 손 많이 가는 마누라 보필하기, 취미는 공대생 특유의 꼼꼼함으로 마누라한테 잔소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