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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 Oct 31. 2020

물러가시라고 2

2016.11.26  2차 퇴진 집회

2016 두 번째 퇴진 집회 후기 - 감사의 글


베를린 훔볼트대학 앞 베벨광장에서 흥겨운 풍물자락으로 시작된 11.26 박근혜 퇴진 집회는 신랄한 풍자극, 세월호 유족분의 영상메시지가 포함된 다양한 자유발언과 노래, 그리고 운터 덴 린넨 거리를 경찰들의 보호 속에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며 걸었던 촛불행진과 훔볼트대학 강당에서의 실내 집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들이 너무나 열심히 동참해주셔서 뜻깊게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150명, 어떤 분은 200명 가까이 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참여인원수를 떠나서 개개인이 느꼈던 감동은 광화문의 190만명 못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찍부터 오셔서 집회를 준비하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깊이 감사드립니다. 


신명을 돋우는 풍물연주를 해주신 ㅎㅈ님과 풍물팀, 행사 진행을 맡아서 정말 멋지고 감동적으로 집회를 이끌어주신 ㅅㅈ님과 ㄱㄹ님을 비롯해서, 풍자극과 구호선창을 맡아 혼신의 힘을 다해 참여한 분들의 마음에 불을 질러주신 ㅅㅇ님, 멋진 영상을 만들어주시고 많은 인원이 원정(?)을 와주신 라이프찌히팀과 ㅎㄱ님, 좋은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도록 장비를 가져와 장치를 해주신 ㅈㅎ님, 그리고 독어통역은 물론이고 모든 집회의 자원을 물심양면으로 제공해주신 든든한 연대 코리아협의회와 ㅎㅈㅎ 대표님, 특별히 일 잘하는 ㅇㅅ 인턴님!, 경찰신고를 맡아서 집회 자체를 가능하게 해주신 ㅅㅎ님, 손팻말 제작과 행사 알림에 애써주신 ㅇㅂ님, 차량에 붙일 플랭카드에 작가의 혼을 발휘해주신 ㅁㅇ님, 그밖에 행사의 모든 단계 단계마다 음으로 양으로 애써주신 고마운 분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감사함을 표시하고 싶지만, 그러자니 날이 샐 것 같아서...일단 제가 느꼈던 감동을 몇 토막 나누고자 합니다. 


하나의 집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분들의 노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주권회복의 이름으로 일을 하면서 새삼 느끼게 되었는데요, 이제까지 수년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본인들의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가며 매월 세째 주 토요일마다 집회를 열어오신 세월호 베를린 행동 분들의 노고에 새삼스럽게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자유발언 시간에 세월호 유가족인 유경근님이 26일 광화문 집회에서 녹화한 '베를린 분들께 보내는 영상편지'를 보여주신 ㅅㅇ님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베를린 여러분'이라고 언급하시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저는 비록 당시에 없었지만, 지난 5월 이 곳을 방문했던 유가족분들이 따뜻했던 위로의 시간이었다고 기억해주시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은 지나가고 사라져도 결국 사람이 남는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막중한 시국으로 인해 어디서 뭘하던 사람들인지도 모르던 우리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면, 이 자리를 의미있고 값진 시간으로 만드는 책임도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게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일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수고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한 번 더 고맙다고 감사를 표현하고, 힘들고 지쳐보이면 일을 하나라도 덜어주려고 노력하는 마음씀이 있을 때, 이 모든 시간이 나중에라도 가치있게 생각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의 감동은 훔볼트 강당에서 있었던 '실내 집회'였습니다. 3살, 1살 아가들까지 포함, 모두 55명이 참여한 집회 후 모임에서 15세 이채은 학생과 친구가 나와서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앉아계신 분들을 향해서 '대체 왜 그러셨어요?(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으셨어요)' 라고 물었을 때, 모두 그저 복잡다단한 심경으로 입을 다물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침묵을 깨고 집회 진행을 맡았던 권순0님이 말씀하셨지요. '내가 그 사람을 찍은 사람이다. 몰라서 그랬다. 그전의 인간보다 청렴하게 잘 할 줄 알았다. 그렇게 무능력하고 사악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잘못했다. 용서해달라' 


담담하게 사회를 봐야 할 입장이었지만, 저는 그 모습을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저려와서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사회의 다양한 계층간의 차이와 더불어, 합일의 가능성을 한번에 보여주는 장면같았습니다. 


실내 집회에서 중간에 많은 분들이 기차 시간, 선약 등으로 자리를 뜨셨지만, 후반부에 아주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었습니다.  박근혜퇴진이 끝이 아니라 이후로 오히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점에 대부분이 동의하셨습니다.  


'민주주의 회복'을 구호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속에 실천으로 내재화하는 작업. 그것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권자로서의 나의 자격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 이를 위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모여서 이야기하고 나누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 이것이 주권회복 모임의 방향이 될 것 같습니다.


함께 꾸는 꿈! 같이 만들어가요.


훔볼트대학 베벨광장에서 펼쳐진 2차 퇴진 집회 - 사진 : 베를린 세월호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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