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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놀룰루 Oct 21. 2023

여행도 일상도, 모두 삶이라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잘 보살피기로

'니는 요즘 행복하나'

발리를 여행 중인 내게 친구가 전한 안부의 말에
'즐거울 때도 슬플 때도 짜증 나고 불안할 때도 있는데 그래도 행복함이 커'

라고 대답했다.

말 그대로였다. 긴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이 일상이 된다. 결국 여행도 삶이기 때문에 좋은 감정만 생길 순 없다. 짜증도 나고 슬프고, 귀찮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심지어 여행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도 찾아온다.
그럼에도 여행은 내 삶을 행복하게 해 준다. 여행이라서 그랬겠지 생각했는데, 그저 여행이라서는 아니었다.
모든 건 내 마음 때문이었다.

여행에서는 자연스럽게 행복한 감정을 선택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기분이 안 좋거나 무기력한 날엔 늦잠을 잔다. 푹 자고 일어나면 어느 정도 기분이 회복된다. 그리곤 느지막이 방을 내가 좋아하는 메뉴의 맛있는 음식을 먹인다.
예쁜 카페에 가거나 좋은 풍경을 보여 주기도 한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맑은 하늘에 누워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안 좋았던 마음은 어느새 멀리 달아난다. 멋진 노을까지 보고 시원한 맥주로 마무리까지 해주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이 패턴이 안 먹히는 날엔 무작정 걷거나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혹은 신선한 과일을 사러 아침시장에 가면 사람들의 에너지에 덩달아 나도 힘이 솟는다.
부정의 감정을 벗어던지는 다양한 방법을 알다 보니 자연스럽게 행복의 감정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




라오스 비엔티안의 <메콩강 가는 길>


그러다 문득 서울, 일상의 시간을 떠올렸다. 그땐 왜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에 허덕였던 걸까?

일의 삶을 살던 쌀쌀해진 겨울 주말아침, 잠에서 깨고도 한참 동안 무기력하게 누워 있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를 열고, 찬장을 열다가 먹는 것도, 찾는 것도 너무 귀찮았다. 만사가 귀찮다는 생각에 주방에 쪼그려 앉아 펑펑 울었다. 아무것도 못 하겠어서, 계속 이런 삶을 살아갈 것 같아서, 이 무기력함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무섭게 울었다.


 나는 그때 뭐가 그렇게 무섭고, 그렇게 화가 났던 걸까. 그때 여행에서의 나처럼 스스로를 대했더라면 어땠을까?


우울할 수 있다고, 무기력할 수 있다고, 좀 더 맛있는 걸 먹여주고, 내가 더 행복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일 수 있도록 다독여줬더라면 그 시간이 좀 더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니 그 시기에 나는 스스로 부정의 감정을 선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좋은 마음을 낼 수 있도록 나를 보살피는데 소홀했다.

일을 하면 그래, 서울은 원래 그런 곳이야 라는 이런저런 핑계로 내가 더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서울의 일상도,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마음과 반대의 마음은 언제나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다.

여행도 일상도 결국은 삶이라서 항상 좋을 수도 싫을 수 도 없으니 결국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나를 잘 보살피고 가꿔줘야 하지 않을까? 행복해질 수 있는 마음을 선택하기 위한 나의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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