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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치킨은 반반이 좋은데 삶은요 ?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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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보놀룰루 Oct 18. 2023

텅장이 되어도 불안하지 않는 이유

불안에 지지 말아요 우리.

'잔고가 줄어드는 게 너무 불안해'

백수가 된 친구들이 털어놓는 고민 중 휴업으로 인한 가장 큰 걱정이 바로 이거다. 잔고가 줄어드는 불안함.

그들은 그렇게 내내 걱정만 반복하다가 얼마 못 가 떠밀리듯 다시 일을 시작하곤 한다. 길지 않은 공백의 시간, 그 짧은 선물 같은 시간 동안 불안의 에너지만 잔뜩 쏟아 내다가 즐기지도 못하고 흘려보내고야 마는 것이다.

그렇게 회사로 돌아간 친구들은 매번 '역시 나는 따박따박 돈이 들어오는 회사가 잘 맞아' 라며 씁쓸한 미소를 날리곤 한다.

친구들을 보면 그들의 통장에 돈이 없던 경우는 없었다. 퇴직금으로 오히려 평소보다 많은 돈이 들어온 경우도 있었고, 실업급여를 받아 다달이 돈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이 두려워 한걸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 시작할 수 있을 까에 대한 막막함, 다달이 플러스이던 통장이 계속 마이너스가 되는 초조함 말이다.

불안할 수밖에 없다. 선명히 그려지지 않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우리는 불안해 할 수밖에 없는 존재니까.

그러니 불안해지지 않기 위해선 명확히 그려보는 수밖에 없다.

P의 성향이 강한 내가 J성향을 키워보기로 했다.

반노반행의 삶, 불안에 빠지지 않는 법

반 절의 수입으로 일 년을 먹고살아야 하는 반노반행의 삶엔 잔고에 대한 걱정은 늘 따라올 수밖에 없다. 벌 수 있을 때 아끼고, 벌지 않을 때도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잔고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라는 늪에 잠깐이라도 발을 디디게 되면 한도 끊도 없이 빠지게 된다. 그러니 불안이 엄습해 오는 걸 미리 방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한 해의 일을 마무리하고 여행을 떠나기 전, 대대적인 의식을 치른다. 바로 가계부, 수입과 지출에 대한 계획이다. 그 계획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다.

1. 한 달 생활비 파악하기 : 한 달 치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는 고정지출과 최소한의 변동비를 계산한다. 변동비는 대게 모임비용, 식비, 문화생활비 등이다. 그럼 대략적인 나의 한 달 생활비를 알 수 있다.

2. 무업기간 총 생활비 파악하기 : 여행하려는 예상 일정(개월 수)에다 다음 일을 시작할 때까지의 약 두 달의 여유 자금을 더해 무업기간의 총 생활비를 파악한다.

3. 여행경비 파악하기 : 내가 가지고 있는 통장의 돈을 싹싹 긁어모아 합계를 낸 뒤 그 금액에서 무업기간의 생활비를 빼주면 사용할 수 있는 총 여행 경비가 나온다.

5개월을 여행한 태국과 라오스 경비는 400만 원, 4개월을 여행한 발리와 베트남 경비는 500만 원이었다. 미리 여행 기간을 계획하지만 대부분 경비에 맞춰 일정을 조율하는 편이다.

물론 터무니없이 작을 땐 비자금 형식의 돈을 당겨 쓰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자금계획표를 지키려 노력한다. 그래야 다음의 여행과 일에 대한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불안에 지지 않기 위해 선택한 계획의 시간

불안에 지지말아요 우리.

꼭 반노반행의 삶을 살지 않더라도 돈이라는 불안에 쉽게 빠진다면,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를 우선적으로 파악해 보자. 그다음, 자금을 어느 부분에 쓰고 어느 부분에서 줄일 수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여행에 가장 많은 소비를 하고 다른 부분에서 아끼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는 문화생활이 우선이 될 수 있고, 누군가는 관계, 누군가는 투자나 저축, 또 누군가는 꾸미고 가꾸는 것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선택과 포기를 통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소비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선순위가 생기면 자연스레 돈을 얼마큼 필요로 하는지 알고 그것에 맞게 수입과 지출을 계획할 수 있다.

계획을 했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건 실천이다. 계획한 대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천이 지속되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다 보면 나와의 신뢰가 쌓인다. 먹여 살리는 것도 나고, 무언가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것도, 소비를 통해 행복하게 하는 것도 결국 모두 '나'이기 때문에 그 신뢰는 너무나 중요하다.

알 수 없는 불안이 엄습해 온다면 내 안에 잠자고 있는 T와 P의 본능을 깨워보자, 객관적으로 현재 상황을 바라보고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 보는 것이다. 나는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막연한 불안에 행복도, 도전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돈이 주는 불안에 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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