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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한 Apr 25. 2024

모은 약을 버릴 수 있다면

정신과


"선생님.

는 나아지고 싶어요. 나아가고 싶고 다시 회복되고 싶어요. 그런 욕심이 생기는 것도 선생님이 있어서겠죠.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저는 아직도 허우적거리고 있겠죠.


물론 완전한 일상을 찾았다거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두렵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있으니까 선생님만 믿기로 했어요.

언젠가 가능하면 빨리, 제가 모은 약을 버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 선생님에게는 비밀인 이 약이 제 몸속에 버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제가 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으면, 지겹고 질리는 끝없는 반복이라고 초라하고 비참할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때가 되면 약을 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 나은 삶이라고 한다면 저는 살고 싶어요. 하지만 희망도 기대도 없는 지금의 내일이라면 저는 끊임없이 죽고 싶어지고 말아요. 그럼에도 죽지 않고 병원에 가는 건 살려달라는, 내일을 달라는 애원이고 기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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