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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한 Apr 21. 2024

결국 붙잡고 죽을 동아줄

정신과


"선생님.

어릴 때의 기억은 우는 저밖에 없어요. 혼자 있는 저밖에 없어요. 엄마가 있지만 없었고 아빠가 있었지만 없었으면 했어요. 저도 있었지만 죽고 싶은 저밖에 없었어요.


열 살 때 처음으로 자살시도를 했고 열아홉 살 때는 두 번째 자살시도를 했어요. 죽지 못했던 건 사실은 제가 살고 싶어서였을까요. 죽지 못한 그날들은 서럽게 울었어요. 그 우는 제가 어제의 저처럼 선명해서 저는 다시 울어요.


서른넷 자살시도를 포기했어요. 그날 마지막 산책을 갔던 건 살 이유를 찾으러 간 게 아니었을까요. 그 마음을 알아챈 그 아이가 저를 부른 건 아니었을까요. 예정에도 없던 햄스터를 데려와버렸거든요.

그렇게 살았어요. 사는 의미 하나 없이 살 이유 하나 붙잡고 그저 꾸역꾸역 살았어요. 서른일곱 오늘의 저는 어떤가 하고 생각해요. 살고 싶은가, 살 이유가 있을까 하고요.

동아줄이 그런 의미였던가요. 죽기 위해 붙잡고 있는 결국 붙잡고 죽을 그런 거였던 건가요. 제가 모은 약이 저에게는 동아줄이에요. 오늘 죽는 건 어떨까요. 다음 주에 병원에 가지 않으면 선생님은 알아챌까요. 제가 오기로 한 날 오지 않았단 것을요. 혹시 걱정을 할까, 저라는 존재를 기억할까, 그 많은 환자 사이에서 저도 똑같은 환자일 텐데 괜한 생각들이 들었어요.

자신이 없어요. 살아낼 자신이 없어요. 꾸역꾸역 오늘은 살아냈다 쳐요. 내일은요? 또 내일은요? 매일의 내일은요? 그렇게 사는 게 의미가 없잖아요. 아무 의미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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