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어릴 때의 기억은 우는 저밖에 없어요. 혼자 있는 저밖에 없어요. 엄마가 있지만 없었고 아빠가 있었지만 없었으면 했어요. 저도 있었지만 죽고 싶은 저밖에 없었어요.
열 살 때 처음으로 자살시도를 했고 열아홉 살 때는 두 번째 자살시도를 했어요. 죽지 못했던 건 사실은 제가 살고 싶어서였을까요. 죽지 못한 그날들은 서럽게 울었어요. 그 우는 제가 어제의 저처럼 선명해서 저는 다시 울어요.
서른넷 자살시도를 포기했어요. 그날 마지막 산책을 갔던 건 살 이유를 찾으러 간 게 아니었을까요. 그 마음을 알아챈 그 아이가 저를 부른 건 아니었을까요. 예정에도 없던 햄스터를 데려와버렸거든요.
그렇게 살았어요. 사는 의미 하나 없이 살 이유 하나 붙잡고 그저 꾸역꾸역 살았어요. 서른일곱 오늘의 저는 어떤가 하고 생각해요. 살고 싶은가, 살 이유가 있을까 하고요.
동아줄이 그런 의미였던가요. 죽기 위해 붙잡고 있는 결국 붙잡고 죽을 그런 거였던 건가요. 제가 모은 약이 저에게는 동아줄이에요. 오늘 죽는 건 어떨까요. 다음 주에 병원에 가지 않으면 선생님은 알아챌까요. 제가 오기로 한 날 오지 않았단 것을요. 혹시 걱정을 할까, 저라는 존재를 기억할까, 그 많은 환자 사이에서 저도 똑같은 환자일 텐데 괜한 생각들이 들었어요.
자신이 없어요. 살아낼 자신이 없어요. 꾸역꾸역 오늘은 살아냈다 쳐요. 내일은요? 또 내일은요? 매일의 내일은요? 그렇게 사는 게 의미가 없잖아요. 아무 의미가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