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비관적으로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제가 싫어요. 아무것도 없으니 채울 생각을 하고 미래가 초라할 것 같으면 그런 미래가 되지 않게 남들처럼 열심히 살면 되는데, 왜 자꾸만 포기하게 되는 걸까요. 왜 안 될 거라고 못 할 거라고 단정 짓는 걸까요. 왜 자꾸만 죽고 싶어지는 걸까요. 너무 어릴 때부터 죽고 싶어서 디폴트값이 되어버린 걸까요.
저는 자꾸만 미래의 제가 지금의 저를 원망할 것만 같아요. 아무것도 아닌 그 노력은 왜 한 거냐고 그냥 죽어버리지 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을 친 거냐고 그때 죽었더라면 이 고통 따윈 없없을 거 아니냐고 그렇게 말에요.
지금의 제가 기억에도 없는 죽여지지 못하고 죽지 못하고 스스로 죽지도 않았던 태아였던 저를 원망해요. 자살을 포기하고 실패했던 그날들을 후회해요.
그렇듯 미래의 저도 지금의 저를 후회하고 원망할 것만 같아요. 미래의 저에게 또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역시 죽어버리는 게 나을까 그런 생각으로부터 헤어 나올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