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엄마가 저를 버릴지도 모른다고, 저는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서 컸어요. 그래서 어른이 되고 나서도 매번 사람과의 관계에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살아요. 잠시 다녀오겠다는 말이 이제 안녕, 이라는 말처럼 들려서 길에서 엉엉 울었던 적도 있었어요.
그것이 너무 괴로워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제가 모조리 버렸어요. 옆에 아무도 없어요. 그렇게 불안으로부터 도망쳤지만 채워질 수 없을 결핍과 공허함, 대상 없는 그리움, 주체 없는 상실감은 커졌어요.
저는 불안이 무서워요. 숨이 가빠지고 가슴 언저리에 삼켜지지도 않고 뱉을 수도 없는 딱딱한 덩어라가 생겨나요.
늘 그랬어요.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불안하고 연락이 없으면, 연락을 받지 않으면 버림받은 걸까 하고 초조해하며 불안해요. 무엇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잘 수 없는, 저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돼요.
그래서 무서워요. 제가 그은 선 안에 사람을 들이기도 선 너머에 있는 사람들 곁에 가는 것도 아직은 할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