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
올해 겨울이 포근하길래 만만하게 봤나 보다. “맛 좀 봐라”하고 아주 뒤통수를 제대로 치는 막강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신혼 때 낡은 아파트 1층에 살 때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만 해도 베란다에 놓은 세탁기가 얼까 봐 전전긍긍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리 춥지 않은 겨울이 계속되자 세탁기가 얼고 하는 일은 옛일이 되었다.
이러니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이 나오지.
새해 연휴를 잘 넘기고 최근 몇 년 동안 봤던 그 모든 눈을 다 합쳐도 비교가 안 될 만큼 큰 눈을 선사하더니 2021년 1월 겨울은 최강 한파를 보너스로 선사했다. 아니. 영하 13도라니!!!
우리가 잠시 살았던 하얼빈 근처 동네의 온도계의 데자뷔인가?? 말도 안 돼 한국의 겨울이 영하 20도에 육박하다니!!!
하지만 사실이었고 그 사실은 다음날 물이 들어가지 않고 헛도는 세탁기로 확인해야 했다.
그뿐인가? 쌍으로 부엌 온수까지 나오지 않는다.
주말 내내 남편은 빨래를 할 때마다 몇 번씩 드라이로 세탁기 호스 안에 얼음을 녹이고
얼어있는 배수관을 녹이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고 나는 손이 베이는 듯한 찬물에 대충 설거지를 애벌 씻기 하고 식기 세척기에 떠넘기기 바빴다.
그 와중에 감사한 건 식기세척기는 무탈하게 잘 돌아갔다는 것!!!
식기 세척기에 들어갈 수 없는 플라스틱과 나무 식기를 물을 끓여 식혀 마지막 헹굼을 하며 새삼 깨달았다. ‘그사이 난 편안하고 따뜻함에 완벽하게 길들어 있었구나!’
불과 6년 전만 해도 영하 25도의 이국에서도 추위에 익숙해 잘 지냈고 식기 세척기 없이 모든 설거지를 거뜬히 했건만.. 더 거슬러 10년 전까지는 경비실 아저씨가 동파 방지 방송을 하실 때마다 재깍재깍 낡은 옷으로, 보온 충전재로 여기도 감싸 놓고, 저기도 살펴보고 했었는데.. 느슨해지고 안일해진 거다 이런.
3일간의 불편함은 일상에서의 감사함을 깨닫게 해 주었고 다시 정신 차리고 초심을 잃지 말라는 깨달음도 주었다
자. 그렇게 작은 반성과 깨달음의 시간 후!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온수가 콸콸 나오고
세탁기는 얼지 않고 잘도 돌아간다. C'est la vie!!
#동파 방지#세탁기 녹일 때는 드라이어#겨울 일상#한파 주의#있을 때 잘하자#소소한 행복#감성 에세이
*이 글은 주식회사 멘테인에서 서비스하는 <키핑 keyping> 모바일앱에 2020년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서 발행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