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거움
어린 시절부터 언제나 나는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도 어느 순간에든 웃길 수 있는 기회를 엿본다. 그리고 끊임없이 시도한다. 폭소가 터지기를 그리고 나의 웃음이 그 촉발이 되기를 말이다. 어렸을 때는 주로 내가 생각하는 것을 거침없이 말하거나, 친구들이 하고 싶은 말을 먼저 대신 말해주며 속 시원한 개그를 날렸다. 그도 아니면 나 자신의 실수를 내가 얼마나 허술한 사람인지를 말해주면, 늘 친구들의 웃음은 터져 나왔다. 그렇게 웃음이 터져 나오면 마치 내가 엄청나게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고,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했다.
삶은 서로 다른 의미와 무게이겠지만, 어린 시절에나 지금이나 무겁기는 마찬가지이다. 도대체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건지, 내가 가진 삶의 목적성이 있긴 있는 건지... 단순히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혹은 부모님이 권장하는 대로 시험지의 점수가 매겨지는 대로 따라가야 하는 어린 시절이 지금 보다는 쉬웠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때의 일기장을 펼쳐보면 삶의 무게는 고민의 깊이는 엄청 무거웠던 것 같다. 그런 어려운 생각들을 고민들을 가지고 살면서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웃음을 터트리고 친구들과 장난치면서 한 숨을 돌리는 순간들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는 그런 순간을 하루 종일 기다리고, 그리고 내가 그 웃음을 만들어낸다는 데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매 순간 노리고 있다. 모두의 삶이 얼마나 무거운지, 그리고 논리대로 진행되지 않는지, 세상은 얼마나 부조리 한지, 그리고 나라는 인간은 얼마나 불완전한지 잘 알고 있기에, 웃음이 터져 나오며 긴장의 끈이 탁 풀려버리는 순간, 그때 우리는 웃음으로 그 무게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나 한 숨을 내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