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은 반드시 경유를 해야 한다.
어린아이를 두고 유럽으로 출장을 다닐 때에 일이다. 퇴근하고 오면 또 주말에 아이를 혼자 봐야 하는 두려움에 남편이 넌지시 한국 부모님께 맡기고 가면 어떻냐고 물었다. 언제나 좀 이기적인 남편이기에 이해는 갔다. 출장 짐을 싸서 아이와 함께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서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다시 출장지로 떠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부모님이 아이를 제일 잘 돌봐주실 것을 알기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엄마도 잠깐 이나마 나도 볼 수 있고, 손주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흔쾌히 승낙하셨다. 그렇게 한 번은 미국 출장에 아이를 맡기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를 찾아서 데리고 들어왔다. 동료들이 아이는 누가 보고 있니?라고 물으면 으레 아가를 한국에 주차를 하고 왔어.라고 농담을 했다.
다음 유럽 출장 때에는 싱가포르에 있는 동안이어서, 아이를 싱가포르 부모님과 남편에게 맡기고 유럽 출장을 마치고 싱가포르에 가서 아이와 남편을 데리고 상하이로 돌아왔다. 돌아 돌아오는 출장이지만, 부모님들에게 신세 지는 것은 좀 미안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푹 놓고 다녀올 수 있어서 좋았다. 더불어 엄마 없이 손주들과 지낼 수 있어서, 부모님들도 좋아하셨다.
지금은 아이들이 꽤 커서, 남편에게만 맡겨놓아도 안심하고 출장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늘 상 저녁때마다 여러 통의 전화가 온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싶다고 하고, 남편은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를 갔었는지 항상 묻는다. 그래서 이제 나 혼자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출장을 가서도 매우 적지만, 그래도 이제 한국에 주차를 하러 들르지 않아도 돼서 편해지기는 했다.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엄마가 출장 갔던 것들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비행기를 같이 타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는 시간들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그리고 출장 간 엄마에게 매일 저녁 전화를 하면서 어디인지 보여달라며, 새로운 장소들을 엿보는 그런 시간들도 즐겁게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