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뭐길래..
박준영 작가의 신간 <한국 반도체의 미래 3년>에 대한 북토크를 들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반도체 산업이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산업이라는 사실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반도체가 잘 팔리고 있고, 언론에서는 호황과 불황을 단순한 경기 변동으로만 다루지만, 실제 업계 내부의 시선은 훨씬 복잡하고 치열하다는 점이 작가의 설명을 통해 선명하게 드러났다. AI 시대의 핵심 동력이 반도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구조적 약점과 한계는 대중이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이번 북토크는 그런 맹점을 짚어내며 앞으로 3년이 왜 중요한지를 납득하게 만들어 주었다.
작가의 업계 경험은 이야기에 큰 무게감을 주었다. 단순히 책상머리에서 이론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실제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부품과 장비, 소재를 다뤄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설명들이 이어졌다. 웨이퍼 제조 현장이 화학 공업과 다르지 않다는 점, 장비가 5만 개가 넘는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하나만 고장이 나도 사람이 직접 달려가 수리해야 한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AI와 자동화가 산업 전반을 바꾸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반도체 산업에서는 아직 사람이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영역이 많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인간의 세밀한 손길과 노하우가 더 중요해진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도체의 본질임을 깨달았다.
반도체를 단순히 “전자공학의 영역”으로만 이해했던 내게, 작가가 강조한 다학제적 성격은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화공, 재료, 기계, 전자, 심지어 관리와 협업까지 모든 전공이 모여야만 반도체 한 조각이 완성된다는 설명은 반도체를 “첨단 IT 제조업의 총합”으로 이해하게 했다. 그래서 반도체 산업은 쉽게 대체될 수 없고, 다른 산업과 달리 한 나라의 기반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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