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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비밀이 있어

by 부소유
이동연 작가 쓰고 그림


주인공은 아주 밝은 노란색 빛깔의 망고다.


망고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는 친구들을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항상 어떤 걱정을 한다.


그것은 바로..


날씨 걱정이다.


비가 와서 몸에 물이 닿으면 망고의 정체가 탄로 난다.


그의 정체는 바로 아보카도였다.


그는 외출할 때마다 아주 진하게 화장을 해서 망고처럼 분장한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사건 때문에 그의 정체가 탄로나 버린다.


물에 빠진 체리를 용감하게 구하려다가 젖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의 진짜 정체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친구로 대한다.


망고는 이제 아보카도의 모습으로 친구들과 과감하게 물놀이를 하고 집에도 초대해서 화장을 넘어선 분장술 놀이를 한다.


아보카도는 이제 거울 앞에서도, 친구 앞에서도 당당하다.




표지에 밝은 노란색 반, 짙은 녹색 반의 얼굴이 4등분으로 갈라져 나온 과일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앞면지에는 눈을 감은 아보카도와 예쁘게 눈을 뜬 망고의 얼굴, 뒷면지에는 그와 반대로 예쁘게 눈을 뜬 아보카도와 눈을 감고 눈물까지 머금은 망고의 얼굴이 있다.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작가의 이력 때문인지 그림의 구성은 계산적인 치밀함이 엿보인다. 4등분 되어 있는 표지부터 시작해서 구분되어 있는 공간, 정리되어 있는 도구, 대칭적이면서도 비대칭적인 장면, 여백 없이 배치된 점, 선, 면, 패턴들이 이 그림책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게다가 형형색색의 과일들은 이 그림책을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서사는 아주 단순하지만 또한 아주 일반적이다. 망고의 자존감과 자존심에 대한 내용이다. 망고는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면서 알게 모르게 본인 스스로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씨가 예상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친구들과의 만남 혹은 어떤 일을 하던 중에도 집에 돌아가는 모습에서 그의 자존심이 느껴진다. 그에게는 그의 품위를 지키는 문제가 그 어떤 일보다도 우선이다. 게다가 그는 스스로 분장에 가까운 정도의 화장을 하며 인위적으로 자존감을 올리려고 노력한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사실 자존감이 아주 낮고 자존심이 조금 강한 아보카도의 이야기에 가깝다.


망고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사실 대부분 아보카도이지만 망고처럼 살고 있다. 본능적으로 외면을 꾸미는 것은 물론이고, 내면 또한 실상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그런 척하며 살아간다. 사실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좋은 집에서, 더 좋은 차를 끌고 다니려고 평생을 노력하며, 굉장한 지식인 혹은 혹은 남에게 밀리지 않는 지식인 혹은 교양인처럼 살고 있거나 그렇게 살려고 애쓰고 있다. 그렇게 억지로 자존심을 만들어 살며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그림책은 그것을 내려놓으라고 하고 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자존감을 올리라고 말하고 있다. 꾸밈없는 모습으로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당당한 나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못생기고 무식한 나도 결국 나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당차게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비로소 알을 깨는 것이다. 눈치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걸어갈 것이다.


끝으로 이 그림책 마지막 면지의 눈물을 머금은 망고의 얼굴에서 무언가 찝찝함을 느꼈다. 한마디로 분장을 했던 나도 결국 나라는 것일까. 그렇다. 알을 깨는 나, 알을 박는 나 둘 다 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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