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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습니다

by 부소유
키티 오메라의 시에 스테파노 디 크리스토파로, 폴 페레다의 그림이 그려진 시그림책이다.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가족과 혹은 혼자 좋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 생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치유하기 시작했고,


지구도 치유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다시 밖에 나오게 되자 그들은 지구를 돌보기 시작했다.




접속사로 시작하는 제목이 눈에 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고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떠오르는 제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습니다>라는 제목부터 어떤 사건이 있었을까 상상하게 만들고 우리는 곧바로 어떤 사건이 떠오른다. 그것은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다.


표지에는 벽돌로 된 다세대 주택으로 보이는 건물에 다양한 사람들이 창문 밖으로 나와서 소통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의 시선은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어울리고 싶어 하는 모습이거나 혹은 동식물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으로 보인다. 바이러스로 인해서 이들의 물리적인 거리는 있지만 어쩐지 마음의 거리는 어느 때보다 더욱 가까워 보인다. 뒤표지에는 이해인 수녀, 최재천 교수, 케이트 윈슬렛 등 각계각층의 유명한 사람들이 추천사를 남겨주셨다. 그와 동시에 그 인물로 보이는 사람들 또한 수줍게 창문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서 집에 머물게 되었고 그 덕분에? 자연은 스스로 치유가 되었다. 사람이 바이러스를 만들었고 사람이 사라지면서 바이러스가 없어졌다. 바쁘게 앞만 보면서 바깥에 바이러스를 뿌리던 사람들이 뒤늦게 깨닫고 동식물을 관찰하며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찾은 모습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사람이 밖으로 나오면서 우리는 잊고 지낸다. 자연을 넘어서 지구를 돌보며 살아야 하지만 지구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전쟁, 폭력, 파괴가 계속되고 있다. 생태와 공생하며 공존하는 삶을 고민하지 않으면 언제 또 이런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른다. 과거를 잊지 않아야 하는데 아쉽게도 대부분 잊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그림책은 평화와 공존을 기억하자고 말하고 있다.


스스로 치유하는 삶 또한 그렇다. 사람들은 그림책에 나온 바와 같이 명상을 하고 자기의 내면 그림자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다. 가족, 친구, 공동체의 중요성을 느끼며 관계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했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지낸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런데 사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살면서 어떤 계기가 있지 않고는 나를 스스로 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바이러스로 인해 집에 강제로 머물면서 우울감에 빠진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그 시간에 나를 돌아보고, 가까이 있는 가족, 그리고 소중한 친구와 공동체를 살펴보는 사람도 많았다.


나 자신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친구로, 친구에서 공동체로, 공동체에서 생태로 확장하며 주변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으로, 그 자체로 서로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망을 유지하고 돌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바이러스는 언제나 또 사람에게 찾아올 것이다. 어쩌면 그때는 더 오랜 시간 집에 머물러야 할지도 모른다. 비록 그런 날이 또 오더라도 함께 연대하여 회복하고 치유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감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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