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셸 누드슨이 쓰고, 케빈 호크스가 그리고 홍연미 씨가 옮긴 그림책이다. 흥미롭게도 이 그림책의 글작가인 미셸 누드슨은 실제 뉴욕의 여러 도서관에서 근무한 사서 출신이다. 도서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쓰고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2. 도서관에 갑자기 사자가 들어왔다.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 및 직원은 모두 어쩔 줄 몰라하지만 정작 관장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도서관 규칙만 잘 지킨다면 내버려두라는 말과 함께. 사자는 도서관 안을 여기저기 누비며 다니다가 결국 으르렁 울게 된다. 사자는 결국 관장에게 조용히 하지 않으면 나가라는 꾸중을 듣는다. 한 아이가 봐달라고 해서 사건은 조용히 넘어간다. 그 후로 사자는 매일 도서관에 와서 먼지도 털고, 봉투에 침도 바르고, 책을 꺼내는 것을 돕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한다. 어느 날 관장이 높은 곳에 있는 책을 꺼내다 크게 넘어진다. 관장을 이를 옆에서 본 사자에게 직원을 불러달라고 하며 뛰지는 말라고 한다. 사자는 어쩔 수 없이 뛰어가 직원에게 가서 울부짖는다. 직원은 놀라서 사자를 쫓아내고 이를 보고하러 관장에게 간다. 그리고 관장이 넘어져서 사자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후로 사자는 도서관에 나타나지 않는다. 관장은 사자를 기다리며 어딘가 힘이 없는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직원은 밖에서 겨우 사자를 찾아내고 사자에게 새로운 규칙을 이야기해 준다. 사람이 다치거나 한 위급한 경우는 울부짖어도 된다는 것. 사자는 도서관에 다시 나타났고 관장은 도서관 규칙을 무시한 채 뛰어가서 사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3. 이 그림책은 크게 두 가지 부분이 흥미롭다. 우선 도서관에 사자라는 거대 동물이 나타났다는 의외성이 흥미롭다. 그 부분이 사실상 비현실적이지만 이 그림책을 판타지 동화나 우화로 본다면 그 의외성이 재미요소로 된다. 게다가 그 사자가 야성의 모습을 나타내기보다는 제법 온순한 모습을 보여주며 도서관에 적응하는 것도 또 다른 의외성 측면에서 흥미롭다. 다음으로는 도서관 규칙에 대한 부분이다. 이 도서관에서는 크게 언급되는 두 가지 규칙이 있다. 뛰면 안 된다는 것과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어떤 도서관에도 있어야 할 규칙이다. 그 당연한 규칙을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당연하겠지만 사자는 이러한 규칙을 몰라서 실수를 하기도 하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래도 결국 규칙을 지키며 잘 적응하는 모습이 귀엽고 따뜻한 모습이다.
4. 이 그림책에서 가장 아이러닉 한 부분은 이 그림책의 초반부에 도서관에 사자가 왔다는 놀라운 점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규칙에는 사자가 온 것에 대응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혹은 아직은 도서관 규칙을 어기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그 규칙이라는 것이 앞서 언급된 뛰지 않거나, 조용히 해야 한다는 간단한 것이라서 누구든 쉽게 지킬 수 있겠지만 돌발 상황에서는 누구든 쉽게 어길 수 있는 것들이라서 이 그림책은 이러한 모순을 갖고 출발했다. 결국 후반부에서 관장이 넘어져서 도서관 직원에게 하는 말은 ‘아무리 도서관이라도 때로는 규칙을 어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직원에게는 도서관에서는 뛰면 안 된다고 다시 말하고 있는 것이 모순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오히려 관장 본인이 돌아온 사자를 보러 뛰어간다. 한마디로 모순으로 가득한 그림책이다. 어떻게 보면 앞뒤가 안 맞는 허술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르게 보면 오히려 그런 서술 기법을 능청스럽게 사용해서 독자에게 웃음을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5. 이처럼 우리는 어떤 관습이나 절차에 얽매여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되묻게 된다. 그런 관념에 종속된 삶보다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사자와 같은 비인간과 우리 인간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야 한다. 단절하지 말고 대화와 소통으로 포용해야 되는 것이다. 비인간과 인간, 혹은 인간과 인간 모두 더불어 잘 살아가는 도서관, 가족, 사회 그리고 더 넓은 세상, 평화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